“국내 변호사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외국 변호사를 아예 봉쇄하자는 것이다.” 법무부가 최근 내놓은 ‘외국법 자문사법안’에 대한 외국 변호사들 반응이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왔어도 미국 ‘변호사’가 아니라 미국법 ‘자문사(諮問士)’가 된다. 그나마 자격도 엄격하다. ‘외국법 자문사’는 1년의 절반을 국내에 머물러야 하고, 직무와 관련된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면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변호사 자격증을 딴 해당 국가에서 3년 이상 실무 경력을 쌓아야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수 있다. 윤리기준도 별도로 정해서 대한변협과 법무부에 각각 징계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과 과태료 규정도 따로 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미FTA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되거나 개별 국가들과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조약을 맺었을 때 외국 변호사들의 국내시장 진출로 인한 혼란과 윤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은 일면 타당성도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엔 국내 변호사들이 그동안 '금(金)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을 너무 많이 받아왔다. 반대하다 수용한 법까지 합치면 지난 10년간 알려진 것만 약 20차례의 논란이 있었다.

올해만 하더라도 정부가 제출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그냥 잠을 자고 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퇴직 후 2년간 자신의 최종 근무지 관할 형사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변호사법개정안은 2년째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판·검사에서 퇴직한 후 2년간 수임내용을 공개토록 한 개정안 역시 법사위에서 '스톱' 상태다.

작년 10월에는 그동안 개인 변호사들이 대행하던 정부 관련 소송을 '정부법무공단'이란 것을 만들어 대행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제안됐지만 이 역시 법사위에서 1년째 계류 중이다. 변호사들의 주요 수입원인 국가소송이 통째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작년 3월 공인중개사에게 제한적인 경매 대리 업무를 맡길 수 있게 하는 '부동산중개 및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은 건설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사위 반대에 부닥쳤다. 또한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적으로 갖게 돼 있는 현행법을 고쳐야 한다는 법 개정안은 2003년에 국회 재경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막혀 변호사들은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했다.

변호사의 이익을 지켜주는 이런 과정은 대부분 국회 법사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법률은 소관 상임위→법사위→본회의의 과정을 통해 확정된다. 갖가지 이유를 대 법사위가 틀면 법개정이 어렵다. 그런데 법사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변호사가 대부분이다. 현재 16명 중 11명이다.

정치 쟁점을 놓고 그렇게 싸우다가도 변호사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는 여야도 없다. 1999년 국회에선 '9대6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하나의 변호사 단체(변호사협회)만을 두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도록 한 규정을 바꾸고 법조비리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도록 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15명이던 법사위는 여야를 떠나 변호사 9명과 비(非)변호사 6명으로 찬반이 정확히 갈렸다.

IMF때 세원(稅源) 확보를 위해 변호사들 수입에도 부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이 때도 홍준표 의원을 제외한 모든 여야 법사위원들이 정부 예산안 처리까지 미뤄가며 법 개정에 반대했다. '법사위는 국회 안의 또 다른 변호사협회' '법사위는 변호사 보호위원회'란 말들은 그래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