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 3층 강당. 피아노 반주에 맞춰 '루돌프 사슴코' '창밖을 보라' 등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이 여성합창으로 울려 퍼졌다. 2시간 가까이 연습에 구슬땀을 쏟은 70여명의 합창단원은 대부분 50대 안팎의 중년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여성 고위 지도자 과정'을 1기부터 26기까지 마친 동문들이다. 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의 부인 손덕씨, 고(故) 강석환 울트라건설 전 회장의 부인 박경자씨, 제주 테디베어 뮤지엄 김묘숙 관장,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 박화자씨, 이남식 전주대 총장 부인 이미옥씨, 채수삼 전 서울신문 사장의 부인 김경숙씨 등.

이들은 한가한 취미활동을 위해 노래를 연습하는 게 아니었다. 음악회를 열어 모은 돈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는 합창단이다. 이름하여 '연세 음악 아카데미'. 우리 사회 '상류층' 여성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22일 자선 음악회에 앞서 합창곡을 연습하고 있는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여성 고위 지도자 과정’합창단원들

6개월간 '디지털 시대의 여성' '양성 평등과 여성 지도자의 역할' 등을 함께 교육받았던 90여명이 모여 합창단을 만든 것은 지난해 3월. "노래를 통해서 더 많은 동문들을 만나고, 사회를 위해 더 좋은 일을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모교(母校)인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증축 기금 마련을 위해 데뷔 음악회도 열었다. 전문강사에게 강습도 받고, 노랫말을 외우지 못하면 다음 공연에 서지 못하는 '벌칙'도 만들어가며 매주 1회씩 연습했다. 이 합창단 손덕 회장은 "평균 연령이 55세에 이르는 중년 여성들이 10여곡이 넘는 노랫말을 외우려다 보니, 부엌에서 밥을 할 때도 테이프를 틀어놓고 연습하다가 남편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첫 번째 연주회에서 3200여만원을 모아 증축 기금으로 전달했다.

'연세 음악 아카데미' 단원들은 오는 22일 오후 6시30분 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두 번째 음악회를 연다. '우리 이웃과 함께 나눔을 위한 희망 음악회'라는 이름을 붙였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비롯해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몽금포 타령' 등을 부르고,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와 첼리스트 조영창씨를 초청해 음악회를 꾸린다. 이날 모은 기금은 초·중생 5명과 연세대 재학생 5명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문의 (02)2123-3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