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관계가 '해빙(解氷)' 국면을 넘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베트남 하노이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내년 초 일본을 공식 방문키로 합의했다. 중국 국가원수의 일본 방문은 1998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주석의 방일 이후 9년 만이다.
◆외교 주도권과 경제적 실리(實利)가 '촉매'
외교 소식통들은 "한 달 전 베이징(北京) 회동에 이은 두 번째 정상 회담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쳤다"며 "후 주석의 내년 봄 방일을 위해 양국 실무진들이 이미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양국 관계의 급속한 정상화는 양국의 국익 계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2001년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겉으로는 '정랭경열(政冷經熱·정치적으로 냉각돼도 경제 교류는 뜨겁다)'이라고 말하지만, 외교관계 악화가 경제적 실리 상실로 이어졌다.
예컨대 일본 정부의 대(對)중국 엔화 차관은 2000년 이후 계속 삭감 중이다. 1993년부터 중국의 제1위 대외 교역국이었던 일본의 위치는 2004년 미국과 EU에 이어 3위로 밀렸다. 중국 내 반일시위 격화 이후 일본의 연간 대중국 직접투자(FDI) 규모는 한국보다 적은 수준으로 줄었다. 일본 기업들의 베트남·인도 이전, 첨단기술의 대중(對中) 이전 기피 현상도 나타났다.
일본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와 세계 무대에서 일본의 지위를 강화하려는 아베 총리의 신외교 노선이 대중관계 개선의 최대 원동력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 나서면서 '줏대 있는 외교'를 기치로 '전략적 아시아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의 안보리 진출에는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야스쿠니 신사, 영유권 등 갈등의 '불씨'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인민해방군의 장신성(章沁生) 총참모장 조리(중장)가 이달 하순 일본을 방문한다고 일본 지지(時事)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중국군 고위 장성의 방일은 2004년 10월 슝광카이(熊光楷) 부총참모장 이래 처음이다. 또 중일 외무장관은 16일 두 나라가 각각 10명의 학자들로 위원회를 만들어 고대사와 근현대사에 대한 공동 연구를 하기로 합의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밀월 관계를 구축해왔던 미·일 동맹은 부시 정권의 중간선거 참패로 내리막길을 걷는 반면, 일·중 관계는 완연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서 최대 걸림돌이었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대만 문제 등에서는 완전한 봉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두 정상은 또 동중국해 영해분쟁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인식만 같이 했다. 이런 이유에서 양국 간의 화해 분위기는 언제든지 대립 국면으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송의달특파원 ed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