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연세대 정민혁.

야구 국가대표팀 투수 정민혁(연세대)은 순한 초식동물 같았다. 선하게 보이는 커다란 눈망울이 그랬고, 유일한 아마추어로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어색하고 긴장돼 보였다. 정민혁은 "프로라서 그런지 다들 너무 잘 하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아마추어 선수지만 대표팀에 뽑힌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인 정민혁은 올 시즌 대학 무대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했다. 한 경기에서 채 1점을 주지 않는다는 뜻. 양상문 대표팀 투수코치는 "좌우 코너를 찌르는 제구력이 좋아 아시안게임에서 중간 계투로 활용할 것"이라며 "직접 보니까 아마 최고 투수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더라"고 했다. 정민혁은 16, 17일 대표팀의 두 차례 연습경기에 모두 등판, 3이닝 동안 2안타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대표팀에서 정민혁의 유일한 친구는 올해 초 경성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장원삼(현대). 어떻게 대졸 신인과 친구일까. 정민혁은 "나이가 같다. 내가 야구를 못해서 고등학교를 4년 다녔다"고 설명했다. 정민혁은 대전고 1학년 때인 1999년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받고 1년간 운동을 쉬었다. 고3 졸업을 앞두고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정민혁은 1년간 휴학을 결심했다. 그리고 우완 정통파에서 사이드암 투수로 변신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는 "키(1m78)도 작은 데다 공도 빠르지 않았다. 나만의 특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폼을 바꾸고 제구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정민혁은 결국 1년 재수 끝에 프로야구 한화에 지명됐고, 연세대에 진학해 더욱 실력을 키웠다. 지난달엔 계약금 2억5000만원을 받고 한화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정민혁은 "아직 대학생이지만 프로보다 못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한국 대학야구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아시안게임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