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를 통치하는 대통령과 각료들이 어느 동네를 '콕 찍어' 증오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나라가 또 있을까.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말로 시작된 노무현 정권의 '강남 증오 증후군'.

'대통령의 입'으로 그 전략을 수행해온 이백만 홍보수석이 얼마 전 사의를 표명했다. 강남 부동산을 공격하던 그가 슬금슬금 강남 요지로 옮겨간 게 알려져 국민들의 눈총을 받아서다.

명백한 건, 그의 잘못이 '강남주민'이란 사실이 아니라, '말 따로, 몸 따로'식 행동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남 증오 신드롬'은 강남의 투기꾼이 아니라, '강남 사람'을 표적으로 만드는 모양새로 변하고 있다. 강남 사는 고위 관리들의 리스트가 광기어린 댓글과 함께 유포되고, 강남 사는 것 자체를 공격하는 인터넷용 기사들이 판을 친다. 대통령의 강남 증오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조차 민망하니 제쳐 두더라도,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건 불길하다.

물론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는 강남의 문화를 '비호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뜻을 알 수 없는 어려운 외국어 간판, 심지어 달러식으로 표기한 메뉴판이 있는 그곳은 '허영의 시장'이다. 돈 한푼 못 벌면서 '프라다' 입고, 2만원짜리 브런치(아침 겸 점심) 먹고, 노천카페에서 한 잔에 1만8000원씩 하는 '공정거래된 유기농 커피' 한 잔을 마셔줘야 소위 말하는 '강남 스타일'(물론 이건 극단적 표현이다). 그럴듯한 건 뭐든 들여와 흉내를 내는 '짝퉁 문화'가 기꺼이 지불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강남, 청담동 일대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그건 강남 잘못이 아니라, 우리 소비 문화의 천박성에 뿌리가 있다. 부모 돈으로 유학 다녀와 '나중에 아빠 회사 물려받으면 된다'며 빈둥거리면서도 '폼'으로 혁명가 '체 게바라'의 평전을 끼고 다니는 사이비 진보, 나라 걱정은 혼자 다 하는 척하면서 '빽' 동원해 아들 군대 빼는 책임없는 보수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업자들이 이런 잡동사니 문화를 만들어내는 건, 죄도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강남을 싫어하는 이유가 천박한 문화가 아니라, 그저 '불로소득 챙기려는 있는 자들인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강남 사는 사람들 중 '폭등한 강남' 이후 입성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 거주한 이들로 남편 월급으로 애들 학원 보내는 걸로 피곤해하는 여느 중산층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지만, 아파트 한 채 값이 무지막지하게 오르면서 갑자기 '졸부'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부동산 올라서 입이 찢어지지만, 그렇다고 그걸 팔아 다른 데 투자할 '그릇'이 못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바로 이 정부가 그렇게 미워하는 강남 사는 사람들의 단면이다. 물론 강남에도 불로소득자들이 살고, 그 숫자는 다른 데보다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잡아 교정하는 건, 정부와 국세청이 할 일이지 온 나라 사람들이 강남을 '왕따'시킨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평지풍파' 전략으로 성공해온 노무현 정권은 전국민 중 강남, 혹은 '버블 세븐'에 사는 사람을 분리, 표적으로 삼았다. 그래서 생겨난 건 "부동산 투기꾼이 나쁘다"가 아니라 "좋은 동네 사는 건 나쁜 일"이란 편견이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구도가 확실해질수록 이 정권은 유리하다고 판단하겠지만, 그건 나라 통치하는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치졸한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전략이다. 더 무서운 건, 독선과 고집, 포퓰리즘이 더해진 대통령 연출판 '강남 비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장기공연'에 들어갈 것 같다는 예감이다. 자신의 말장난의 결과가 자신의 수족을 자르고, 더 큰 분열을 낳고 있음에도 말이다.

(박은주 · 엔터테인먼트부장 zeen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