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의 작업장과 사무실 곳곳에는 저금통이 놓여 있다. 노란 집 모양의 작은 저금통이 1만3000개나 된다. 노조원 1만9000명과 임·직원, 협력업체 직원 등 4만명의 '현중(現重) 가족'이 이달 들어 성금을 넣고 있다. 굶주리는 방글라데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사랑의 빵 나누기' 모금 운동이다.
노조는 국제구호단체인 한국월드비전과 함께 얼마 전 방글라데시 빈곤지역을 돌아본 뒤, 앞으로 학교를 지어주고 급식과 교육도 돕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연말까지 5000만원을 모금해 보낼 생각이다.
현중 노조는 올해도 조합비에서 1억원을 덜어내 소년·소녀 가장과 장애인 지원을 위해 내놓았다. "파업을 하지 않아 남는 운영비의 일부"라 한다. 현중 노사는 12년째 분규 없이 지내고 있다.
현중에서 5㎞ 가량 떨어진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노조는 조합원 4만3000명의 국내 최대 노조다. 이들은 15일 오후 4시간 동안 파업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등 민주노총이 내건 4대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정치 파업'이다. 이 파업 동참으로 차량 1500대 생산라인이 멈췄다. 노조는 올 임금협상 때도 21일간 파업해 9만3800대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었다. 회사측은 "파업 손실을 만회하려고 휴일 특근까지 해가며 총력전을 펴왔는데, 이번엔 정치파업이라니…"라며 허탈해 했다.
노조는 민주노총 투쟁 일정에 맞춰 오는 22~29일도 파업에 나선다. 1987년 창립 이후 20년간 1994년 한 해를 빼고 해마다 파업이 있었다.
현대차 노조는 현중 노조를 "투쟁을 포기한 어용노조"라고 공개 비난해왔다. 현중 노조는 현대차 노조를 "상생(相生)을 모르는 시대착오적 노조"라 비판한다. 현중 노조의 한 간부는 "이젠 성명(聲明)이고 코멘트고 다 지겹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노사간 분쟁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