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방식으로 대북 핵협상을 벌이면 정말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민주당 정권을 이끌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8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북한과 대화창구만 열리면 북핵은 1년 안에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경제적 보장을 받으면 핵을 포기할 것이며, 그럼에도 북한이 속인다면 "그것으로 끝장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민주당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장과도 같은 것이다.
◆갈루치, "북은 우리를 속였다"
한반도 1차 핵위기는 바로 클린턴 대통령 재임 때인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면서 시작됐다. 미국과 북한은 직접협상을 벌여 다음해 10월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실제로는 뒤로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었다. 99년에는 페리 대북조정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페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2000년 북한 조명록 특사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교차 방문도 있었다.
제네바 합의 때 미국측 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장은 지난달 북한 핵실험 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리를 속였다.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아 우라늄 농축으로 갔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과 대화하면 1년 내 해결 가능하다는 클린턴의 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북한이 속인다면 그것으로 끝장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를 수차례 속이고도 끝장나지 않고 오히려 핵폭탄을 갖게 됐다. 클린턴보다 강경한 부시 정부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 방법은 민주당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클린턴의 말은 북한과 큰 담판을 한번 해보겠다는 민주당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의 핵포기 전망은 엇갈려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 생각대로 경제현대화와 에너지·식량을 지원받으면 핵무기를 포기할까. 먼저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유지용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이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은 개혁·개방이 곧 취약한 수령체제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핵을 선택한 것"이라며 "더구나 지금 국제사회는 제네바합의 같은 핵동결이 아니라 해결을 원하기 때문에 합의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김정일 정권 옹호, 대남적화, 협상력이 목표"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몰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북핵을 협상용으로 보고 핵무기를 포기해도 북한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북한은 미·일과 관계개선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이 들어오면 개혁개방, 박정희식 경제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김근식 경남대 교수) "이대로 가면 북한은 경제 위기로 내부 폭발할 것이므로 핵과 대미 관계정상화를 맞교환할 수 있을 것"(고유환 동국대 교수)이라는 분석들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이 정말로 많은 양보를 하면 가능하겠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