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병과 고실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네덜란드는 1982년 노사간의 역사적 타협인 바세나르 협약을 맺은 뒤 대량실업을 극복하는 '일자리 기적'을 창출했다. 반면 노사의 자율협상과 복지국가 건설의 기조를 유지하던 스웨덴은 경제위기를 겪으며 빛이 바랬다. 스웨덴 모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세계화와 탈(脫)산업화 시대에서 이제 선진민주주의의 핵심인 '노동'과 '복지'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인 저자는 경제나 금융과는 달리 노동·복지는 여전히 국가의 정책적 개입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며, 나아가 그 역할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경험적으로 볼 때 정부의 규모는 정부 지출의 수준인데, 한국의 정부 규모는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작다. 그런데 정부의 규모를 놓고 이념적 논쟁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사정위원회가 맡고 있는 사회협약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주장이다. 사회협약은 서유럽 선진민주주의 체제에서 흔히 나타나며 1990년대 세계화의 압력과 함께 다시 부활하고 있다. 협약이 지속적으로 사회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위원회를 상설독립기구로 만들어 사업장 수준에서 협상을 조정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발전을 논의하며 박정희의 사회정책을 독일 비스마르크와 비교한다. 권위주의와 후발산업화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의 정책이 부분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향후 상황에 따라 크게 바뀔 가능성을 낳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