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식물원이 38년 역사를 마감하고 이달 들어 철거됐다. 유리 온실을 가득 메웠던 이국풍의 꽃과 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2년 전 창경원 동물들이 옮겨갔던 곳,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이주했다.
지난 9월19일~11월2일 서울 남산과 과천 사이에서는 '대(大)이주'가 펼쳐졌다. 남산식물원 수목의 70%인 1200여 그루가 옮겨갔다. 5t 트럭 50대, 2.5t 트럭 7대, 굴삭기·지게차·포클레인 등이 동원됐다. 어른 크기 잎이 달린 열대 나무들은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거대한 흙더미를 안은 채 이사했다. 이들은 9개의 실내 동물우리(제1~3아프리카관·동양관·남미관·대동물관·호주관·유인원관·곤충관)와 인공포육장에 새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덕분에 삭막하던 동물들의 집은 몰라보게 푸르러졌다. 큰 뱀과 악어 등 '스타 파충류'를 모아놓은 '동양관'은 열대 우림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자는 취지와 달리 열대림을 흉내 낸 나무 몇 그루뿐, 사실은 '검정색 콘크리트 우리'였다. 그런데 이번에 바다악어와 샴악어의 웅덩이 사이에 5m 높이 종려야자나무가 너댓 그루 이사 왔고, 인도공작 등이 사는 새우리 앞에도 사람 보다 큰 고무나무들이 늘어섰다. 한마디로 열대 숲의 냄새가 물씬 나게 됐다. 8일 동물원에 온 22살 동갑의 김관영·김진형 커플은 "전에 왔을 땐 '동물들이 참 삭막한 곳에서 사는구나. 좀 미안하다' 싶었는데, 이젠 지내기가 훨씬 쾌적할 것 같다"고 했다.
환경이 바뀌자 동물들도 직접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동물을 모은 '남미관'의 경우, 잘 움직이지 않기로 유명한 나무늘보가 '제법 민첩하게'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고 있다. 지난달 귤나무·마스카레나 야자 등을 곳곳에 심은 뒤부터라고 한다. 사육사들은 "남미산 원숭이들도 새로 심은 나무들 잎사귀에 손을 뻗는 등 두드러지게 활동이 많아졌다"고 했다. 선인장 네 그루를 맞이한 100살배기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 역시 껍데기 밖으로 고개를 내민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각 우리에 배치하고 남은 식물은 일단 대공원 식물원에서 겨울을 보낸 뒤, 내년 봄에 다시 분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