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수도권의 모 사립대에는 음대 교수인 A씨가 여 제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A씨가 회식 뒤 한 여학생과 차 안에서 나란히 누워 있다가 학생들에게 들키기도 했고, 또 다른 여학생과는 불 꺼진 연구실에서 같이 나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2002년에는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여제자 김모씨와 관련된 A씨의 사생활이 거론되면서 교수로서 자질이 없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이 소문은 사실로 드러나 A씨는 2003년 5월 유학 중이던 두 번째 아내와 이혼한 뒤 제자 김씨와 세 번째 결혼했다.
A씨가 교수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같은 과 B교수는 2004년 2월 A씨가 해외연수를 마친 뒤 복직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인물 5000장을 교내에 배포했다. 파문이 커져 학생들이 A씨의 사직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게시하고 졸업 동문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총장에게 보내자, A씨는 결국 그 해 4월 사직했다.
그 뒤 A씨는 "B교수가 사실 확인 없이 학생들을 동원해 유인물을 배포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므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염원섭 판사는 8일 "B씨가 유인물에 기재한 내용은 A의 외부적·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에 해당하며 이를 적시한 행위는 명예훼손이 성립한다. 그러나 B씨가 유인물을 배포한 것은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학업의 성취도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신성한 대학에서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A씨의 사직과 대학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위법성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