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전체 資産자산규모가 10조원을 넘는 그룹 가운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서만 계열사 出資출자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해 놓고선 이제 와서 기준을 완화해 주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권 위원장은 "(이렇게 하면) 출자 제한 규제를 받는 기업이 현재의 340여 개에서 20개쯤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권 위원장이 기업 현실을 알고도 이런 말을 한 것이라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고, 모르고 한 것이라면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자질의 문제다. 현 재계 실정에선 실제로 투자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자산 2조원을 넘는 기업뿐이다. 권 위원장은 그걸 지금처럼 모두 묶어 놓겠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여기다 기업의 투자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또 다른 방안인 순환투자 제한을 새로 들고 나왔다. 순환투자 제한에 대해선 기업들은 투자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고,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다른 정부부처들도 실제로 규제를 늘리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다. 유독 공정위만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주장대로 하면 기업투자는 더 움츠러들고, 경기는 더 나빠지고, 고용은 더 줄고, 기업의 해외탈출은 더 심해질 것이다.
권 위원장은 대학에 재직할 때 공정거래법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혔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을 소상히 안다는 것과 현실 속에서 공정거래법의 미묘한 運用운용 방안을 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次元차원이다. 경제이론을 안다는 것과 경제 정책을 운용할 줄 안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듯이 말이다. 공정거래법 내용을 소상히 안다는 것은 공정거래위의 전문위원으로서의 자격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장에겐 공정거래법을 우리 경제 현실에 적용하면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 판단능력이 요구된다.
더욱이 권 위원장은 교수 시절 공정위는 독과점과 談合담합을 막아 시장경쟁 질서를 바로 세우는 本然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랬던 권 위원장이 최근엔 "삼성그룹이 몇 개의 持株지주회사 체제로 가 줬으면 좋겠다"며 대놓고 기업 소유지배에 간섭하고 나섰다. 권 위원장도 요즘 官街관가의 유행인 '장관 되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그 유행을 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