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자랑스럽게 군에 복무하고 있다.' 미국 거리엔 이런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심심찮게 오간다. 미 국방부 지하철역은 출퇴근 때 군복으로 물결친다. 사병이든 장교든 장성이든 정복을 입고 집을 나서고 집으로 돌아간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한 무관(武官)은 "군복을 입고 다니면 시민들이 차례를 양보해 주고 존경의 눈빛으로 본다. 그럴 때마다 으쓱해진다"고 했다.
▶스탠퍼드대 명예의 전당 1층이나 MIT 본관 로비 벽처럼 명문대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엔 누군가의 이름들이 길게 새겨져 있다. 어떤 동문이 언제 어느 전쟁에 나가 전사했는지를 자랑스레 전시해 놓았다. 버지니아 관광지인 루레이 동굴 입구에도 그 동네 전몰자 명단과 그들을 기리는 글이 있다. 사람들은 그 앞에 묵념하고 돈을 기부한다. 장군이나 전투 이름을 딴 도로는 널려 있다.
▶2004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이 군을 모독했다가 혼쭐이 나고 있다. 그는 이번 중간선거 지원유세 길에 대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 안 그러면 이라크에 처박혀 고생한다"고 했다. 공부 못하면 군대 간다는 얘기다. 군은 물론이고 국민들 비난이 들끓자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론이 거세졌다. 케리는 "설익은 농담이었다"며 유세를 중단했다. 케리는 실언 한마디로 2008년 재기를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는 처지다.
▶우리는 어떤가. 지난 9월 어느 여당 의원은 이라크에 다녀와 "자이툰부대는 안전지대에서 그냥 새마을운동만 하고 있었다"며 철군을 주장했다. 대민(對民)작전을 주로 한다 해도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전장에 목숨 걸고 나간 우리 군인들에게 할 얘기는 아니다. 작년 자이툰 주둔지에서 200~500m 떨어진 곳에 저항세력의 로켓포탄과 박격포탄 네 발이 떨어진 일도 있다. ▶2002년 서해교전에서 숨진 한상국 중사의 부인은 "나라 위해 간 분을 홀대하니 나라가 썩었다"며 이민을 떠났다. 초등생들이 꼽은 장래희망 직업 20가지에 군인은 끼지도 못한다. 미국 청소년들 조사에선 군인이 8위 안팎에 오른다. 로마 웅변가 페리클레스는 "용기가 없는 곳엔 자유가 없다. 나라를 지키다 죽은 이에게 지상(至上)의 명예를 주는 나라야말로 가장 훌륭한 시민들이 다스리는 나라"라고 했다. 군을 함부로 모욕하고 전몰자를 푸대접하는 나라의 종착역은 뻔하다.
(주용중 논설위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