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의 '침 놓는 자리'가 통일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는 10월 31일∼11월 2일 일본 쓰쿠바에서 열린 제6차 전문가회의에서 '표준 경혈(經穴)'이 최종 완성됐다고 밝혔다.
동양의학은 각 장기(臟器)의 기능과 인체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경락'(經絡)을 따라 흐르는 '기'(氣)의 흐름으로 파악한다. 경혈은 흐르던 기가 고이기 쉬운 곳으로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자리다. 하지만 같은 동양의학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오랜 세월 여러 갈래로 전해 내려오면서 나라마다 경혈의 명칭과 위치가 제각각이었다.
2003년 10월 제1차 회의에서 한·중·일 3국의 전문가들은 WHO 요청에 따라 중국 고대 문헌을 참조해가며 각국의 경혈 위치를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경혈 361곳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92곳의 위치가 서로 달랐다.
가장 흔히 쓰이는 '합곡', '족삼리'같은 자리도 차이가 났다. 각국 전문가들은 경혈을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도 침술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라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표준이 필요했다. 결국 3국을 오가며 수차례 회의와 논쟁을 거친 끝에 3년 만에 '경혈의 삼국통일'이 이뤄졌다
이번 츠쿠바 회의에서는 저리거나 마비가 올 때 자극을 주면 효과적인 '노궁' 등 마지막 남은 6곳의 위치가 확정됐다. WHO 서태평양지역본부의 최승훈 전통의학 고문은 "경혈 표준화는 WHO가 추진 중인 '전통의학 표준화'의 일부"라며 "앞으로 한방 용어와 치료법 등도 차례로 표준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