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최근 전경련 초청 강연에서 10분간 기조연설을 한 전경련 회장말만 (기사에) 쓰고 40분 강연한 내 말은 하나도 안 써줬다”며 일부 언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권오승(權五乘) 공정거래위원장이 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이 내는) 광고 때문에 기사나 사설이 사실과 다르게 나온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이날 공정위 국감에서 김혁규 의원(열린우리당)이 "여론조사 결과 공정위가 시장 감독보다 기업규제 사찰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하자, 권 위원장은 "안 그런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권 위원장은 "논설위원들과 기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할 때에는 늘 공정위 정책에 대해 긍정적이고 지지하는데, 사설과 기사는 다르게 나오더라. (기자들이) 광고 때문에 그런다고 했다"고 말했다. 언론이 광고를 받으려고 기업들에 유리하게 기사를 쓴다는 뜻이었다.

"내 말은 언론이 안 쓴다"
권 위원장은 또 "최근 전경련 초청 토론 때 전경련 회장의 기조연설 부분만 기사가 나오고 40분간 강연했던 내 말은 (언론이) 하나도 안 썼다"고 주장했다. "왜 기사를 그렇게 썼냐고 물으면 (위에서) 그렇게 쓰라고 해서 썼다는 기자들도 있었다"고 했다.

안택수 의원(한나라당)이 발언 정정을 요구하자 권 위원장은 "정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언론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적절히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맞섰다. 이에 차명진 의원(한나라당)이 가세해 "언론이 광고 때문에 편파보도를 한다는 것은 언론 모두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하자, 그제서야 권 위원장은 "광고 때문이라고 한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한 걸음 물러섰다.

이에 대해 공정위 이동훈 홍보관리관은 "특정 매체의 기자에게 얘기를 들었다기보다는 여러 언론사 간부 및 기자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내용을 종합해서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집 센 학자 스타일"
권 위원장에 대해 한 측근은 "학자 출신으로 경험이 부족해 가끔 여과되지 않은 발언이 나간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권 위원장의 '광고' 발언 역시 "일부 사람이 책임 없이 얘기한 것을 그대로 전달한 차원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권 위원장은 용산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경희대와 서울대 법대 교수를 지냈으며, 자문위원회 활동 외엔 관직 경험이 전혀 없었다. 권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사위의 지도교수를 맡았던 인연으로 현 정권 출범 후 노 대통령의 딸 결혼식 주례를 맡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평소 "내가 열 가지를 말하면 언론은 항상 안 좋은 부분만을 뽑아서 쓴다"며 여러 차례 공정위 간부들에게 불만을 표시했었다고 주변에선 전했다.

권 위원장에 대해 공정위 안팎에선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는 '고집 센 학자형 관료'라고 평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감에선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 정년은 도둑)라는 말을 들어봤느냐"는 의원 질문에 "안다. (오륙도는) 부산에 있는 섬 이름"이라고 답해 웃음바다가 된 일도 있다.

순환출자 금지로 마찰
현재 이슈가 돼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대안(代案)과 관련해서도 "환상형(環狀型) 순환출자(계열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출자관계를 맺는 것)를 끊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며 밀어붙이고 있어 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권 위원장은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 지금 욕을 먹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은 고집스러워야 한다"고 밝히는 등 다른 부처와 여야 의원들의 맹공 속에서도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권 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엔 '재벌 규제'보다는 불공정행위를 시정하는 '경쟁 원리 확산'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결국 순환출자 금지라는 초강력 재벌규제 대책을 들고 나와 '소신'이 달라졌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