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30일 방북길에 오른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방북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법무부가 반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통일부가 민노당 지도부 방북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자 지난주 '적절치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국정원은 민노당 전·현직 당직자를 구속하는 등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이다.

김성호 법무부장관도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 "일부 신청인들 중에 국보법 위반 처벌 전력이 있고 피보안관찰자인 사람들은 불허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답했다. 이번 방북단 중 국보법 위반 전력자는 문성현 대표와 노회찬 의원, 방석수 기획조정실장 등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승인 이유에 대해 "남북 정당 교류인 데다, 민노당은 국회에 등록된 제도권 정당이고 당 대표를 포함하고 있어 책임 있게 행동하리라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부는 이적단체 명의로 방북할 경우와 국보법 등 수사가 진행 중인 자를 제외하고는 방북을 허용한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국정원에 방북자 명단을 보내며 간첩사건에 연관돼 있거나 개연성 있는 사람은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국정원은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한 소식통은 "당의 전·현직 간부가 간첩 혐의로 구속됐고, 현재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정당 지도부의 방북을 허용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에 근무 중인 한 검사도 "당 간부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를 북에 가도록 허용한 것은 오해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특정 방북자의 공안 사건 연루 전력 등을 문제 삼는 국정원과 법무부의 의견을 듣지 않고 방북을 승인한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한편 통일부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가 신청한 방북은 지난주 불허했다. 이 단체는 70명으로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을 위한 청년학생통일답사단'을 구성해 이날부터 11월 3일까지 북한의 청년학생단체와 함께 평양, 묘향산, 황해도 등 유적지를 도는 행사를 가지려 했으나 정부가 불허하자, 이날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의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청년학생들이 방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방북 허용 여부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통일부장관의 재량으로 결정되며, 내부 지침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들이 정세에 맞지 않게 6·15 분과위 활동을 내세운데다 이들의 답사코스 중 일부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