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그만둘 때 미쳤다는 소리 들었죠"
탤런트 김성민은 요즘 경남 남해에 묻혀 산다. 먹고 자고 남은 시간엔 드라마 촬영이다. MBC 주말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꼬라지' 안나 조(한예슬)의 남편 빌리 박 역할을 맡은 이후 계속되는 행보다. 유일한 낙이 사진 촬영. 최근 카메라에 부쩍 관심을 두기 시작한 터라 틈만 나면 주위 사람들에게 렌즈를 들이댄다. 물론 나머지 시간엔 드라마 촬영으로 자신이 렌즈에 담기지만. 이번에 맡은 역할은 종전과 많이 다르다. 하버드 출신으로 두뇌가 뛰어나고 출중한 능력을 갖췄지만 조금은 가볍고 어설프며 때로는 나약하게까지 느껴지는 캐릭터다. 다소 파격적인 연기 변신인 셈이다.하지만 '저 진지하고 멀쩡한 모습과 표정에서 어쩌면 저런 연기가 나오나' 싶을 만치 빌리 박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빌리 박' 원하던 캐릭터…요즘 사진에 푹 빠져
-빌리 박이란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착한 사람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걸 감수하고 이해하는. 결코, 소심하거나 나약한 사람은 아닙니다. 사실은 빌리 박 같은 약간 풀어진 캐릭터를 꼭 연기하고 싶었어요. 가슴 한구석을 늘 아쉽게 하는 배역이었죠. 마침 빌리 박을 맡아 평소 원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정말 기분 좋게 일하고 있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셈인데 두려움은 없었나요.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전 영원한 찰리 채플린, 영원한 마릴린 먼로가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연기자이길 원하죠. 그래서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과감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방 촬영이면 재미난 일도 더러 있을 텐데.
▶재미나다기보다는 헷갈리는 일이 있어요. 촬영을 하고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사인을 받으러 오거든요. 근데 한 사람당 서너 장씩은 해줘야 해요. 상대방 이름을 사인에 넣어야 하는데 경상도 발음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요. '김언정'인지 '김은정'인지 '김윤정'인지 너무 헷갈려요. 그래서 몇 번씩 틀린 뒤에야 완성본을 건네곤 하죠.
-자신의 연기를 평가한다면.
▶아직도 기반 다지는 고민의 시기라고 봐야죠. 적어도 불혹은 넘겨야 나름의 색깔이 담긴 '내 연기'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주위에서 원하는 연기를 위해선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전 그걸 즐깁니다.
-배우가 된 후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배우가 되기 위해 준비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전 원래 골프선수였거든요. 골프 그만두고 연극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대단했죠. 미쳤냐고 하셨을 정도니까요. 결국, 집으로부터의 모든 지원은 끊겼고, 경기도 분당의 집에서 대학로까지 연극하러 다닐 때 기름값이 없어서 차를 세워둔 적도 있어요. 정말 먹고 사는 게 문제였어요. 그런데 어쩌다 알려져 드라마 '인어아가씨'에 캐스팅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죠.
-정말 아무런 지원도 없었나요.
▶'파파'(1996년)라는 드라마 오디션 때 양복 한 벌 사주신 게 전부예요. 한데 된통 걸렸죠. 그 오디션에 배용준 이영애 같은 '미래의 스타'들이 다 나왔으니까요. 저야 당연히 떨어졌죠.
-요즘 사진에 푹 빠져 있다면서요.
▶네. 촬영 현장에서도 시간만 나면 찍어요. 같이 출연하는 오지호와 한예슬을 세워놓고 찍어주기도 하고, 현장의 땀이 묻은 스태프들도 찍어요. 나중에 사진을 나눠주면 다들 좋아하죠.
-드라마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사실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제작현장에 푹 빠져 작품활동을 하고 싶어서요. 물론 시나리오도 왔고요. 하지만, 경험도 없고 생소한 무대인 만큼 성급하면 안 될 것 같아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절대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했던 뮤지컬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전 박수와 관객이 쏟아내는 에너지를 알거든요. 당연히 그 무대가 그리울 때가 있죠. 드라마를 통한 인기나 인터넷 댓글을 통해 나를 확인하곤 하지만 연극 무대에서 느끼는 것하고는 다르거든요. 그래서 요즘도 '쉴 때는 꼭 브로드웨이에 가서 뮤지컬을 보자'고 했던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 살죠. 기회가 되고 실력이 되면 다시 그 무대에 서서 입장권 끊고 들어온 사람들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김성택에서 김성민으로 이름을 바꾼 지 1년 남짓 됐는데.
▶중화권 진출 때 '택'자가 굉장히 어려운 발음이란 걸 알았어요. 그래선지 대만에선 저를 '김정태'로 소개하기도 했죠. 일본 역시 '택'자 발음이 안 돼요. 그래서 개명을 결심했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호적상 이름도 김성민으로 바뀝니다.
(스포츠조선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