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야말로 비인도적 대우가 판치는 곳 아니냐? 북한 인권엔 침묵하면서 국가예방기구로 지정해달라니 민망하다."

2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가 전화 통화로 들려준 말이다. 인권위는 전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인권위를 국가예방기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외교통상부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외교통상부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고문방지협약)' 가입을 앞두고, 인권위측에 고문 방지를 위한 국가예방기구를 어디로 정할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인권위가 '우리가 적임자'라며 손을 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유엔 국제조정위원회의 회원 기구로서 실질적으로 국가예방기구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공식적인 설명도 내놨다.

국가예방기구는 구금시설을 방문·조사해 고문이나 비인도적 대우와 처벌이 없도록 방지하는 업무를 맡는다. 인권위가 국가예방기구로 지정되면 의정서에 근거해 직원들은 공적 업무와 관련한 불체포 면책특권을 갖게 되며, 예산과 인력도 충원할 수 있게 된다. "인권위가 의무보다 면책특권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영황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상임위원들 간의 갈등을 노출시켜 온 인권위다. 몇 달 전엔 인권위 조사관이 진정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인권위가 이번 결정을 하면서 주목한 부분은 과연 '비인도적 대우 방지'였을까, 아니면 '면책특권'이었을까. "내부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북한 인권 입장표명을 할 수 없다"며 6개월 넘게 의견을 내놓지 않던 그들이 이번만큼은 신속한 의견 조율에 성공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