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결핍이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

리볼리 거리와 센강 우안 강변 사이에 우뚝 서있는 사면체의 화려한 석조건물 루브르는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내부는 갈라지고 좁아지며 복잡한 미로를 이루었다. 다뤼 회랑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서는 순간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방들이 겹겹으로 쌓여 있다가 펼쳐지듯 앞으로 옆으로 뒤로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루이 14세가 루브르 왕궁을 두고 베르사유 궁으로 이주한 후에는 한동안 일반인들과 예술가들이 루브르에 세 들어 살기도 했다는 콜랭의 말에 리진은 정말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콜랭은 수없이 펼쳐지는 미술품에 눈이 휘둥그래진 리진을 데리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한꺼번에 여기 작품들을 다 볼 수는 없소.

리진은 콜랭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서 조각상들, 회화들, 천장에서 내려와 있는 웅장한 샹들리에들, 진열장 속의 왕실 소장품들, 초상화들을 꿈결인 듯 스쳤다.

―굉장해요. 이게 모두 프랑스 것인가요?

―지금 전시되어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이 쌓여 있지.

콜랭이 리진을 데리고 걸음을 멈춘 곳은 고대 이집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홀이었다. 콜랭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앞으로 리진을 데려갔다.

―스핑크스요. 그리스어로 괴물이란 뜻이지.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사자네!

―이집트 파라오의 얼굴이오. 그리스에서는 스핑크스를 괴물로 여기나 이집트에서는 신전의 수호신으로 생각했다고 하오.

리진은 스핑크스상 위에 빼곡히 적혀 있는 역대 이집트왕들의 이름을 살펴보았다.

―거의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질 않소?

대형 스핑크스는 그 거대함으로 인해 어떤 작품들보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스핑크스만이 아니라 전시실엔 이집트의 조각품들이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물량이 진열되어 있었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몸은 바로 한 조각상들 사이를 리진은 조용히 걸어보았다. 한결같이 조각상의 발가락들은 측면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확인하기 위해 나중엔 조각상들의 발만 쳐다보았다. 양쪽으로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들, 날렵해 보이는 근육질의 검투사들, 묘지 안에서 출토한 것 같은 크기가 아주 작은 여인 조상을 살피다가 리진이 콜랭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이집트의 것이 왜 모두 여기에 와 있어요, 콜랭?

―이집트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있는 것이 훨씬 보존이 잘 되지 않겠소.

―저 파라오도 그리 생각할까요?

콜랭이 빙긋 웃더니 스핑크스가 있는 방에서 리진을 이끌었다. 무엇을 보여 주려는지 콜랭은 다른 작품들을 눈여겨보지도 않고 또 다시 미로 속을 이리저리 걸어갔다. 콜랭을 따라가던 리진이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콜랭이 이끌었으나 리진은 끌려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콜랭도 걸음을 멈추고 리진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 무엇인지 따라갔다. 그곳엔 두 팔이 잘린 몸을 비틀고 선 채로 입가에 측량할 수 없는 미소를 띤 여신상이 놓여 있었다. 리진은 여신상이 부르기라도 하는 듯 그 앞으로 걸어갔다.

―밀로의 비너스요.

리진은 하얀 대리석으로 빚은 두 팔이 없는 비너스상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하체를 감싸고 있는 천이 스르륵 흘러내릴 듯했다. 어찌 저리 웃을 수 있지? 리진의 검은 눈이 감탄으로 반짝 빛이 났다. 신비로운 미소를 떠받치고 있는 목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 보였다. 잘린 두 팔 사이에 당당하게 솟아있는 가슴, 그 밑의 알맞게 기름진 배와 곡선의 허리. 여신의 배를 손으로 쓸어보고 싶어 리진의 손이 간지러웠다. 여신상에서는 두 팔이 잘렸기 때문에 오히려 균형이 이루어진 것 같은 아름다움이 배여 나왔다.

―밀로가 만든 거예요?

―밀로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섬 이름이오. 밀로 섬의 아프로디테라고도 하지. 누가 조각했는지는 모르오. 신전 근처에서 밭을 갈던 농부가 발굴했다고 하오.

―밀로 섬은 프랑스 섬인가요?

―아니오. 에게해에 있는 섬이지.

―그런데 왜 여기에 와 있어요?

검은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하다는 듯 묻고 있는 리진을 콜랭이 가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