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중국 탕자쉬안 국무위원의 면담 내용이 한국 정부에 입수된 직후 통일부에는 다소 흥분한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통일부는 당시 김 위원장이 중국에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 '6자회담에서 금융 제재문제를 포함해서 논의하자'고 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이때 "중요한 고비는 넘긴 것 아니냐"며 "이제 공이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한 고위 당국자도 이런 판단을 하고 있었고,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다른 당국자도 탕자쉬안 언급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추가 핵실험 자제 발언에는 '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6자회담 복귀 주장도 '미국의 입장이 정 그렇다면(금융 제재를 먼저 해제하지 못한다면) 6자회담에 복귀할 테니 미국은 빠른 시일 안에 금융 제재를 해제하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기존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탕 국무위원에게) 듣지 못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같은 제안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했던 통일부 고위 당국자 2명은 23일까지 '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지 않는다면…'이라는 표현은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김 위원장의 발언을 '긍정적 신호'라며 기대를 했던 통일부 당국자들은 머쓱해졌다. 한 당국자는 "너무 긍정적으로만 볼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상황도 아니잖느냐"며 "그러나 초반에 일각에서 약간 오버했던 측면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