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도심집회 주최자에 대해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택순(李宅淳) 경찰청장은 또다시 엄포를 놓았다.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도심집회를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경찰청의 발표가 있은 지 한 달도 안 돼 한총련, 민주노총, 통일연대 등은 지난 주말 3~4개 차로(車路)를 점거하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 청장의 말은 이번엔 실탄(實彈)을 장착하고 있는 것일까?
경찰청 관련부서에 물어보았다. "일선 경찰서에서 사법처리를 위한 조치를 잘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말 시위를 관할했던 일선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사법처리를 담당하는 수사과에서는 "어제 현장에서 불법행위 주동자를 연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 채증(採證)을 통해 주동자를 가려낸 다음 출석요구서를 발부할 방침"이라며 "(사후 법적 책임에 대해) 아직 위에서 통보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증을 담당하는 정보과에서는 "사후 사법처리 문제는 수사과의 소관이며, 명백한 불법행위의 경우 채증이 없더라도 집회 신고자나 주최자에 대해서는 지금도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시 수사과로 전화를 걸었다.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사법처리를 합니까. 일단 채증 분석자료가 넘어오면 그 다음에 봐야죠. 현재로선 한다, 안 한다 장담할 수 없어요."
경찰 수장의 엄포와 현장의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경찰청은 이날 밤늦게 통일연대 대외협력국장 황모씨 등 집행부 2명에 대해 30일까지 1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혀왔지만, 어떤 항목으로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경찰청에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 3항(주최자는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 등 그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과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선 경찰서에선 "모르겠네요. 데모하다 보면 차선을 약간 넘어갈 수도 있고. 정확히 자로 잴 수는 없는 것이죠"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심각한 교통불편을 초래하는 대규모 도심집회나 거리행진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할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가이드라인을 세웠는가"라는 질문에 경찰청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경찰청장의 말은 한 달이 못 돼 땅에 떨어졌지만, 아직도 강력한 법 집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체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