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동쪽 외곽의 클리시-수-부아. 작년 10월 27일 이곳에서 아프리카계 10대 소년 2명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한 사건은 이후 3주간 프랑스 전역에서 아랍·아프리카계 이민 2세들의 방화·폭력 사태를 촉발했다. 21일 찾아간 이 ‘소요의 진원지’는 ‘태풍의 눈’에 들어선 듯 외견상 조용했지만, 곳곳에선 여전히 주민들의 좌절감과 억눌린 분노가 느껴졌다.


HLM이라고 부르는 10~20층의 낡은 공공 임대 아파트들은 여기저기 벗겨진 페인트 칠과 그 위에 갈겨 쓴 낙서와 그림, 테이프로 붙여놓은 깨진 창문으로 덮여 있었다. 30년 전 튀니지에서 이민 왔다는 한 50대 남성은 "말만 무성했지, 1년간 생활 환경이 나아진 것도, 실업자가 줄어든 것도 별로 없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거리에는 불탄 자동차의 흔적도 있었다. 차량 방화는 파리 교외 지역에서 밤마다 벌어지는 가장 흔한 범죄다.

요즘 이 곳에선, '프랑스 게토(ghetto·빈민가)'의 상징이 된 클리시-수-부아의 삶을 12명의 사진 작가들이 카메라에 담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숨진 두 10대 소년, 거리에서 자라는 꼬마들, 쥐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는 아파트에서 미래를 가꾸는 10대 소녀들…. "불탄 차량 뒤에는 울부짖는 (교외) 구역의 고통이 있다" "네가 나를 존중해야 나도 너를 존중한다"는 등의 문구는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20대 흑인 여성 카린은 "우리가 원하는 건 일자리와 보다 나은 생활환경인데 정부는 우리를 '문제 지역'으로 보지, 환경 개선에는 별 관심도 없다"면서 "프랑스 사회가 우리를 버렸다"고 비난했다. 인구 2만3000명의 소도시인데도, 이 곳엔 경찰서도, 영화관도, 고용센터나 청소년 복지회관도, 지하철도 없다. 유일한 시설이었던 시립 체육관과 스포츠센터는 작년에 방화로 불탔다.

소요가 확산된 옆 동네 올내-수-부아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1년 전 불에 탄 르노 자동차 매장은 흉측한 폐허로 방치됐다. 동네 사람들이 갖다 버린 쓰레기 더미와 밤에 이 건물에서 잔 노숙자들이 남긴 담요가 바닥을 뒹굴었다.

파리 교외 지역의 범죄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올 상반기 파리 외곽의 강도 사건은 23% 증가했고, 폭행 사건도 14% 늘었다. 경찰 노조의 파트리스 리베로 부대표가 "(그들은) 우리를 죽일 태세로 공격한다. 긴장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9월 한 달간 프랑스 전역에서 경찰을 공격한 범죄는 480건. 전달보다 30% 늘었다.

주류 사회와 가난한 이민자 사회의 골도 더 깊어졌다. 지난 9월 르피가로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77%는 "10~20대 범죄를 다루는 법이 충분히 엄하지 않다"고 불평했다.

자극적 발언으로 지난해 소요사태를 부채질했던 강경파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 장관은 내년 봄 대선을 겨냥한 여론 조사에서 계속 선두다. 파스칼 클레망 법무부 장관은 "경찰 등에 무기를 휘두르거나 조직 폭력을 가하는 범죄 행위는 현재의 최고 10년형에서 15년형으로 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같은 대규모 소요를 차단하겠다는 각오지만, 이민자들이 품은 불만의 불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처럼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클리시-수-부아=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