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국제사면위원회) 등 세계적인 비정부기구(NGO)들의 러시아 내 활동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4월 발효시킨 새 NGO법이 정한 등록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NGO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NGO들은 새 법에 따라 9월 말까지 모두 195개가 1차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이 중 절반이 넘는 100개에 대해 지난 18일까지 재등록 절차를 밟도록 했다. 법무부는 하지만 이 중 95개 기구에 대해 등록승인을 보류했으며 5개는 거부했다. 이에 따라 95개 기구는 승인 때까지 러시아 내 활동이 잠정 중단되며, 최종 승인이 나지 않으면 간판을 내려야 한다.
NGO들은 즉각 반발했다. '인권 감시'(Human Rights Watch)는 "러시아가 시민사회를 통제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AI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는 보류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정부는 자신들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나탈리아 로니나 법무부 NGO등록과장은 20일 "90개 기구들이 등록을 마쳤는데,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구들이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등록제가 NGO 통제수단이라고 말한다. 러시아가 NGO를 통제하려는 배경은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이 NGO들을 통해 러시아 내정에 간섭하려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법 제정 취지를 'NGO 관리행정의 효율성과 회계 투명성 제고'라고 설명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누차 "외국 NGO들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외국정부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해 왔다.
러시아는 특히 2003~2004년 그루지야(장미혁명) 우크라이나(오렌지혁명) 키르기스스탄(레몬혁명)의 시민혁명을 지원한 NGO들이 러시아에서도 활동을 강화, 색깔혁명의 도미노가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모스크바=권경복특파원 kkb@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