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북구 대촌동 테크노파크 벤처지원센터 208호실. 광(光)통신업체 ㈜코셋이 입주한 곳이다. 코셋은 빛의 신호를 증폭시키는 광증폭기의 핵심부품인 '펌프레이저'를 생산하는 업체. 지난 17일 흰 가운을 입은 직원 6명이 광파이버(빛의 신호를 전달하는 유리선)의 끝을 렌즈 모양으로 깎고 있었다. 이 광파이버는 피복까지 합해 지름이 0.9㎜, 그 안의 유리선은 지름 0.125㎜다. 0.1마이크론(1만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공정이다. 정재선(28)씨는 "국내에선 우리 회사만 가진 초정밀 기술"이라고 했다.
여기서 한 블록 떨어진 한국광기술원 시험생산센터의 '클린룸'. 코셋이 조립장으로 활용하는 방이다. 레이저 다이오드를 통해 나오는 빛을 광파이버에 나란히 정렬시킨다. 그래야 빛의 신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 펌프레이저 조립 공정의 하나다. 김재헌(47) 공동대표는 "우리 작업에서는 초정밀장비와 청정환경을 구비한 클린룸 사용이 필수"라며 "광산업 인프라를 충실히 갖춘 광주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 기업은 작년만 해도 경기도 성남에 있었다. 광주 테크노파크로 이전한 것은 올 1월이다. "옮겨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어요." 임성은(46) 공동대표는 "광산업 인프라를 잘 구축해가는 광주에 관심을 가져오다 이전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첨단과학산업단지 안에 테크노파크를 조성, 광산업 연구기관과 기업을 집적(集積)시키면서 광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전하는 업체는 여러 혜택을 받는다. 5년간 법인세가 완전 면제된다. 벤처지원센터 5년 입주도 혜택의 하나. ㈜코셋의 경우 임대료가 싸 회사 운영비를 성남의 70%로 해결하게 됐다. 담을 사이에 둔 한국광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한국광기술연구소 등 관련 연구기관들의 시설과 정보도 활용할 수 있다. 광산업 관련 200여 업체의 정보교환도 장점이다. 현지 인력을 고용하면 임금의 50%를 지원받기도 한다.
㈜코셋 박헌준(41) 운영지원팀장은 "가족을 모두 데리고 이사하려니 고민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전 후 오히려 회사가 성장하고, 지방생활도 여유로워 만족한다"고 했다. 직원 32명 가운데 7명인 기혼자 전원이 가족과 함께 광주로 왔다. 미혼자도 여성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광주로 옮겼다. 박임식(26)씨는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임 대표를 비롯한 4명의 삼성전자 광소재 프로젝트팀 출신이 주축이 돼 1999년 설립했다. 펌프레이저 관련특허를 5건 가진 기술력 있는 기업으로, 미국·일본 등의 5개 업체와 국제경쟁을 벌이고 있다. 작년 매출 40억원, 올 매출 예상액은 50억원이다. 생산품의 80%가 미국·일본·독일·싱가포르 등 해외로 수출된다. 임 대표는 "이전하고 나서 생산력이 3배로 늘었다"며 "지방이 오히려 기업환경에 유리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