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송민순 안보정책실장의 "미국은 가장 전쟁을 많이 한 나라"라는 발언이 나온 자리는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 자리에서였다. 송 실장은 이 자리에서 모두 발언과 뒤이은 질의·답변을 통해 이런 얘기들을 했다. 참석자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과 경제인 등 50여명이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안보·경제상황에 식견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셈이다.
그러나 언론사가 주최하고 공개가 전제된 자리에서 이 같은 중대발언이 나올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송 실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지금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 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이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유일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정부의 '심중(心中)'에나 있을 법한 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것이다.
송 실장은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내자는 말은 아니지만… 유엔에 우리 운명을 맡기면 자기 운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말도 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는 얼마 전 북핵 유엔 결의를 환영하고 지지하고 동참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송 실장의 발언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자가당착적 논리"라고 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도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된 지 1주일이 안 됐다"며 "며칠 전까지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을 강조했던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이런 말을 하면 외부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