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육지 면적의 8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가 요즘 인접국들과 국경선 다시 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인접국들도 해당 지역의 영토와 부존 자원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국경 갈등의 핵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흑해 연안 아조프해(海)와 러시아를 포함해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이란·투르크메니스탄 등 5개국에 둘러싸인 카스피해(海). 이 지역들은 애초 구소(舊蘇) 국가들이 1991년 독립 이후에도 관례상 러시아와 공동 관리해왔다. 그런데 최근 해저에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이 확인돼 인접국들이 저마다 채굴에 나서면서 국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러·우크라, 섬 하나 놓고 갈등
17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양국이 공동관리 지역인 흑해(黑海) 연안 국경을 다시 획정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관건은 흑해와 맞닿은 아조프해 사이의 투즐라섬이다.
애초 이 섬은 러시아 타만 반도에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1925년 자연재해로 타만 반도에서 떨어져 나갔고, 1954년 흐루시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합병 300주년을 기념해 크림반도와 함께 우크라이나 쪽에 양도했다. 그런데 1991년 우크라이나가 독립하면서 아조프해를 내해로 간주하면서 투즐라섬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 탓에 아조프해와 흑해를 오가는 러시아 선박들은 통과세를 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러시아로서는 투즐라섬의 일부만이라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킬 경우, 아조프해 해안선에 따른 분할을 확대할 수 있다.
◆에너지 보고(寶庫) 카스피해 다툼
전 세계가 9년간 쓸 수 있는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된 카스피해는 5개국의 이해가 맞물려 있다. 이를 바다로 볼 것이냐, 호수로 간주하느냐가 핵심이다. 바다로 볼 경우 연안 5개국은 바다에 맞닿아 있는 해안선 길이에 비례해 권리를 갖게 된다. 해안선이 가장 긴 카자흐스탄(30%)이 가장 유리하고, 러시아(22%)·아제르바이잔(20%)·투르크메니스탄(16%)·이란(12%) 순으로 해저 관할권·이용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호수로 취급되면, 5개국이 20%씩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게 돼 러시아로서는 손해다.
이 밖에 일본이 줄곧 반환을 요구하는 쿠릴열도 남단 4개섬(일본명 북방 4개섬)은 오는 12월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의 방일(訪日)때 반환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바실리 사플린 외교부 부국장은 17일 "가까운 장래에 진전을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탈(脫)러시아·친(親)서방 노선을 걷는 발틱해의 에스토니아도 1994년 이후 러시아와 계속 국경선을 놓고 맞서고 있다.
(모스크바=권경복특파원 kkb@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