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전은 수비가 불안하면 약체와 상대해도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중앙 수비 김동진·김상식의 협조 플레이는 낙제점이었어요" "수비수들이 위치 선정이나, 안전한 볼 처리 같은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느낌이죠"…. 11일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예선 경기에서 만난 축구 전문가들은 수비 불안을 지적하는 데 이구동성이었다. 하지만 '그럼 누구를 내보내면 해결될까요?'라는 질문엔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입을 쉽게 열지 못했다.

문제는 누가 봐도 뻔한데, 눈에 보이는 해결책은 없는 게 한국 축구의 고질인 수비 불안이다.

김동진과 김상식의 대체요원으로 김영철 김진규 조병국 조성환 정인환 이강진의 이름을 나열해도, 특별히 '이 선수다' 하고 꼽기 힘들다. 이들도 '발은 빠른데 시야가 좁다', '체격은 좋은데 순발력이 떨어진다' '맨투맨 능력은 뛰어난데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 능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수비 잘한다는 선수들이 왜 이런 자질 시비에 시달리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수비 포지션을 맡아온 '전문 수비수'들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축구부에서 자녀가 수비를 맡게 되면 학부형이 학교로 찾아와 항의를 할 정도로 한국 축구엔 '공격수 선호사상'이 뿌리 깊다.

김동진은 프로데뷔 초까지도 측면 공격수였다. 이후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이 바뀌었고, 소속팀에선 측면 수비수로, 대표팀에선 중앙 수비수로 뛰고 있다. 김상식은 미드필더 출신, 김영철·김진규는 공격수 출신이다.

한국 수비수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다져온 '수비 본능'이 없다.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새 포지션에 빨리 적응하지만, 간결하고 확실한 움직임이 몸에 배지 않은 것.

최진한 2002대표팀 코치는 "급박한 상황이 되면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우리 수비수들은 그럴 만한 경험이 쌓여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6월드컵의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어린 시절부터 소양을 쌓아온 선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2001년 프랑스와 체코에 5대0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던 한국 수비진은 2002월드컵에선 탄탄한 조직력을 보였다. 집중적으로 손발을 맞추며 약속된 움직임을 만들었던 덕분이다. 장기적으론 유소년 축구부터 수비수 재목을 키워야 하겠지만, 눈앞에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를 내다보는 긴급 처방이 절실하다. 핌 베어벡 감독과 기술위원회에 던져진 쉽지 않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