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후, 대북 정책을 둘러싼 정부 내의 혼란이 계속됨에 따라, 현재의 위기 국면을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방침과 태도가 며칠 만에 달라지고, 미국과의 충돌이 분명한 코스로 달려가는 등 정부가 이 비상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①개성공단·금강산 관광=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당일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조정을 시사했었다. 한명숙 총리는 10일 국회에서 두 사업을 비롯한 남북경협 사업의 재검토 가능성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갑자기 11일 두 사업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안보리 결의에는 금융거래나 자산 이동을 저지할 수 있는 조치들이 명시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이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불투명한 상태다.
②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PSI는 예컨대 북한 배를 세우고 검문하는 것을 말한다. 유명환 외교부 차관은 9일 국회에서 "부분적 또는 사안별로 PSI에 참여하려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다가 11일 저녁 10시에 정부는 "PSI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서 조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③남북정상회담=한명숙 총리는 10일 국회에서 남북정상 회담·대북특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핵실험 직후 정부가 '국제사회와 조율된 조치'를 하겠다고 한 정부성명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총리실에 물어보라"고 했다.
④포용정책=햇볕정책을 이어받은 대북 포용정책은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줄기다. 북한 핵실험 직후인 9일 노 대통령은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고 공개 천명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청와대는 포용정책을 바꿀 수 없다는 식으로 U턴했다.
⑤레드라인=노 대통령은 핵실험 전(前)과 후(後)의 남북관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북핵 불용'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후, 정부의 현재 태도는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신성호 서울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배경에는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