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글날 부산 북구 화명3동 코오롱 하늘채 2차아파트는 태극기 물결로 넘쳐났다. 1344 가구 가운데 태극기를 달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수많은 태극기들이 축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장관을 이뤘다. 출근을 하는 아파트 주민들도 아파트 가구마다 내걸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바라보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주민들이 지난 광복절부터 대대적으로 '태극기 달기 운동'에 나서 이날 90% 이상의 가구가 태극기를 달았다. 700여 개의 태극기를 공동구매하고, 우리 아파트가 태극기 다는 1등 아파트가 돼 보자고 주민들이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주민 김종현(38)씨는 "주민들이 이렇게 마음이 일치돼 태극기를 다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뿌듯했다"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해도 힘을 합쳐 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2년 말 입주한 화명3동 코오롱 하늘채 2차아파트 주민들. 짧은 기간이지만 힘을 합쳐 이루고 있는 모범적인 일은 이뿐 아니다. 자가용승용차 자율 10부제를 잘 지키자고 주민들이 뜻을 모으자 동참이 쇄도, 시작 1년 만에 참여율이 절반을 넘어섰고 지금은 부녀회원이나 노인회 등에서 나서서 알리지 않아도 될 만큼 자리를 잡았다. 그간 10부제 지키기 우수상 등 시로부터 상도 많이 받았고, 받은 상금이 모두 100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회의 기간에는 차량 2부제 엄수에 뜻을 모으기도 했다. APEC회의 전에 아파트 단지 서쪽 인도 변 500m에 장미화단을 만들고, 깃대 25개를 세워 APEC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깃발을 걸기도 했다. 돈 500여 만원은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모두 나왔다. 부산시나 북구에서 오히려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시킨 것도 아닌데 주민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드물기 때문이다.

구에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감사하며, 해마다 봄이면 인도 변에 시민들이 마련한 화분에 심을 수 있도록 꽃을 제공하고 있다. 단지 내에 조경이 부실하다며 주민들이 단결, 아파트 시공사에게 2억 원어치의 조경수를 다시 심도록 한 것만 봐도 주민들의 단합과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그대로 알 수 있다.

황송혜(52) 부녀회회장은 "주민들이 태극기 달기나 차량 10부제 지키기 등을 함께 뜻을 모아 하기 힘든 활동을 하면서 단합이 계속 단련되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주민들이 입주한 지 4년여 지만 40년 된 이웃처럼 잘 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 아파트 주민들만의 축제인 '하늘채 축제'는 너무 거창하게 열어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시끄럽다며 시샘 어린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단지 내 노인들을 위한 효도잔치를 해마다 여는 것을 비롯해 어린이들을 위한 사생대회 등도 꾸준히 열면서 주민들 간의 화목을 다지고 있다.

특히 이런 행사와 단지 내 소식 등을 알리는 공문과 현수막 등에는 반드시 아파트 주민들의 캐릭터인 '하누리'와 '하늘이'를 새겨 넣어, 공동체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캐릭터도 물론 주민들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