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가 그랬다고 합니다. "결혼이란 3개월 사랑하고 3년 싸우고 30년 참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은 새장과도 같답니다. 밖에 있는 새들은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안에 있는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 하고요. 이번 북한 핵실험 때문에 해머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띵해 있을 독자들께 이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재미난 책을 권해 드립니다. 자칭 행복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사람, 강연회장마다 인기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스타 강사인 최윤희 씨의 '유쾌한 행복 사전'(나무생각)입니다. 각 페이지 마다 글자 수가 200자 원고용지 한 장 분량도 채 안됩니다. 그나마 오른쪽 페이지는 전부 그림입니다. 그렇지만 지구 보다 무거운, 삶의 진실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입니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엄청나게 심오한 책은 절대 아닙니다. 어떤 분은 이 책을 사고 난 다음 속았다고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상심한 고독을 달래주고, 캄캄한 마음에 불을 켜주고, 팍팍한 정강이에 힘을 실어 주어서 또다시 먼 길 떠날 채비를 하게 격려하는 책입니다. 이 세상에 얼짱, 몸짱, 춤짱… 온갖 짱들이 제 잘났다고 뻐기는 세상이지만 "최고의 짱은 배짱"이라고 추임새를 넣습니다(66쪽).

무엇보다 인간 자체에 대한 따뜻하고, 경쾌한 분석이 돋보입니다. '사람은 포털 사이트./ 어디를 클릭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20쪽)라고 정의를 내렸다가, 다시 '눈, 비 그리고 사람…/ 이 3가지는/ 멀리 '원경'으로 바라봐야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다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인간 탐색으로 약간 무게가 나가는 책,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 '도플갱어'(해냄)도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주인공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우울증에 빠져 있는 역사담당 교사입니다. "기분을 전환시켜줄 자극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는 그런 타입, 아시죠? 그러던 어느 날 동료교사가 영화 비디오를 한편 권해 줍니다. 제목은 '경주는 빠른 자에게'입니다.

이 비디오를 보다가 막시모 아폰소는 놀라 자빠질 일을 경험합니다. 쌍둥이 보다 더 정확하게 자신을 빼 닮은 단역배우 한 사람이 호텔 프런트 직원으로 출연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 앞에 넋을 잃고 혼란에 빠집니다. 그 배우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강박적으로 집착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 사실을 극구 숨깁니다. 이야기는 점차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더불어 20세기 환상 리얼리즘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주제 사라마구는 우리 현실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위로 받는 방법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왜곡돼 있는지를 말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엘리펀트맨'을 혹시 기억하세요? 흉측한 몰골의 엘리펀트맨이 있는 방에 간호사들은 절대 거울을 들여놓지 못하게 합니다. 멕시코의 전설을 보면, 비록 못 생겼지만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껫살꼬아뜰이란 왕에게 신들이 장난을 칩니다. 그에게 큰 거울을 선물한 것이죠. 스스로 잘생긴 줄 알았던 왕은 충격을 받고 바다 속으로 홀연히 떠나고 맙니다.

행복 판타지에 푹 빠져 사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와 똑같이 생긴,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하는, 거울 속의 나를 또 하나 등장시키는 일은 정말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과 인간미를 깨닫게 해줄지도 모릅니다.


(ki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