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1일 '대북 포용정책 재검토 의사'를 밝힌 노무현 대통령에게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전남대 강연에서 "오늘 아침 노 대통령의 전화가 와서 내가 '포용정책이 죄가 있는가? 어째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고, 이례적으로 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포용정책이 긴장을 완화시켰지 악화시켰느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라며 오늘 참모회의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도 "오늘 오전 9시쯤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드렸다"며 "어제 오찬에 참석한 데 대한 감사의 전화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던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는 별도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아주 강한 어조로 햇볕정책 비판론을 반박했다. 그는 "요새 아주 해괴한 이론이 돌아다닌다"면서 "햇볕정책 실패를 말하는데, 기억을 더듬어봐도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왜 죄가 없는 햇볕정책 갖고 그러는가? 만만한 것이 햇볕정책이라고 이렇게 하는 것은 타당한 주장이 아니다"면서 "기여한 일은 정당하게 평가해야 하고, 없는 죄를 있다고 떠들어대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은 남북 간에 분명히 성공했고, 더 성공할 수 있는데 북미 관계 때문에 못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햇볕정책 잘못을 선언하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하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된다"고 했다. 그는 "금강산, 개성공단은 북한 영토 내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휴전선이 북으로 그만큼 올라갔다는 얘기"라고도 했다. 또 "미국은 전쟁할 힘이 거의 없다. 중동에 묶여있고 미국 내에서도 전쟁 지지하는 사람 없다. 경제 제재도 효과가 의문시된다. 이제 대화밖에 없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작심한 듯 햇볕정책 옹호에 나선 것은 노 대통령이 연일 '포용정책 재검토' 의사를 밝히는 등 북핵 실험의 원인 중 하나로 포용정책이 꼽히고 있는 상황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의 통화 후, 남북경협 관계자들과 오찬을 했다. 당초 일정에 없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 전문가들과의 만찬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고 일부 참석자들이 전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포용정책의 큰 틀은 바뀌지 않겠지만 각론 부분에서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가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측은 이날 김 전 대통령측의 반발을 조기 수습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노 대통령의 '포용정책 재검토' 발언에 여당 지도부와 대다수 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심상치 않은 여권 내부 기류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