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영아(갓난아기)를 유기한 용의자로 지목된 프랑스인 쿠르조씨 부부가 프랑스측 DNA 검사에서도 숨진 영아들의 부모로 확인되면서 10일 오후(현지시각) 긴급 체포됐다. 특히 쿠르조 부인이 뒤늦게 혐의를 시인하면서 지지부진하던 프랑스 당국의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장 루이 쿠르조씨는 경찰에 출두하기 직전에는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DNA검사 결과에 너무 놀랐고, 언론에 먼저 검사 결과가 보도된 것에 충격받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 쿠르조 부부의 변호인 마르크 모랭은 "쿠르조 부인이 자신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3개월간의 부인(否認) 주장을 번복했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모랭 변호사의 말을 인용, 쿠르조 부인 혼자서 범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 사건을 담당하는 곳은 프랑스 중부에 있는 투르 경찰청. 10일 오후 프랑스 경찰과학수사연구소(LPS)의 DNA검사 결과는 프랑스 통신사인 AFP를 통해 언론에 먼저 보도됐고, 투르 경찰에도 통보됐다. 장 루이 쿠르조(40)와 베로니크 쿠르조(39)씨 부부는 즉각 투르 경찰의 소환통보를 받고 출두했으며, 이날 오후 5시 50분(한국시각 11일 오전 0시 50분) 현장에서 영아 유기사건의 피의자로 긴급 체포됐다.
사건을 담당한 필립 바랭 수사판사(한국의 검사에 해당)는 기자회견에서 "DNA검사 결과, 쿠르조씨 부부가 냉동 영아의 부모일 확률은 99.9%"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경찰이 구속영장 없이 48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다.
프랑스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해 왔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한 사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두 영아를 고의로 살해했는지, 아니면 살해 의도는 없었고 다만 영아가 죽은 뒤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책임이 있는지 등이 수사의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프랑스측으로 넘겨지면서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프랑스 경찰과학수사연구소의 DNA검사 결과가 나오고 부인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DNA 검사는 지난 9월 28일 한국이 넘겨준 영아 사체의 DNA 샘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랑스 2TV는 이날 오후 1시 톱뉴스로 DNA검사 결과를 보도했다. 11일자 프랑스 주요 조간신문들도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프랑스측 DNA분석 결과가 나오자 한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박기원 유전자분석 실장은 "쿠르조씨 부부와 영아 2명의 사체뿐 아니라 쿠르조씨의 아들 2명까지 포함한 가계(家系)분석을 실시하는 등 철저한 중복확인을 했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99.99% 이상 확신했다"고 말했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