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이 한국 정치를 가르는 새로운 경계선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정책 재검토’ 의사를 밝히자, 여당부터 이에 반기를 들었다. 내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호남 지지 등을 의식했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신의 햇볕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 폐기’를 요구했다.

정치권은 10일 ‘햇볕정책’을 놓고 심각한 이견을 노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의 조찬, 전직 대통령들과의 오찬을 차례로 가졌다. 이 자리에는 햇볕정책 폐기 여부를 둘러싼 설전이 오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회가 이날 여야 합의로 채택하려고 했던 북한 핵 결의안도 무산됐다.

전직 대통령들 청와대에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낮 전직 대통령들을 청와대로 초청, 북핵 실험과 관련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전두환, 김대중 전 대통령, 노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YS, DJ 북핵에 상반된 견해 피력

청와대 오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햇볕정책의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대북사업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찬 뒤 따로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으로 이어지는 8년7개월 동안 4조5800억원을 퍼줘서 북한이 핵을 만들었다. 분해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임기가 1년 반 남았는데 금방 간다'고 하니, 가만히 있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에 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찬에서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는 제대로 발전해왔고 성과도 있었다"며 "북·미관계가 안 돼서 진전을 못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북핵 위기 책임이 북·미관계 때문이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또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 제재는 절대 있어선 안 되며, 경제 제재도 북한의 도발과 우리 경제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된 만큼 전시 작통권 문제는 상당기간 유보해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 "외교·안보라인 교체", 與 "정쟁으로 몰지 말라"

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조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정부는 사과하고 내각은 사퇴해야 한다. 통일안보라인이라도 문책하라"며 "전시 작통권 논의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현찰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핵 실험을 용납할 순 없지만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사업 등 교류협력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했고,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금은 인책보다는 상황 수습이 우선"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단 대표는 "포용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포용정책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국민중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동맹과 국제공조를 튼튼히 해 안보 불안이 없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