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드디어 파국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타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실험 선언은 단언컨대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는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다. 어리석게도 북한은 지난번 미사일 발사 이후 그 일탈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의 메시지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또다시 수위를 한 단계 높인 '벼랑끝 전술'을 시도하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국제상황에 대한 무지(無知)에 가까운 전략적 판단으로 이번에는 핵실험 도박이라는 무모한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카드는 성공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협박전략이다. 북한이 공언한 대로 정말로 핵실험에 성공한다면 그 파장과 전략적 의미는 엄청난 것이다.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핵 루비콘 강'을 건너는 순간 동북아시아는 북한에 대한 '핵 억지'라는 새로운 전략적 상황으로 돌변하게 된다. 이것은 한순간에 들이닥친 '핵 쓰나미'는 아니나 동북아 국가들에는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안보 위협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카드는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한의 핵실험은 동북아 국가들 모두에 재앙적 낙진이 될 것이지만 결국 가장 피해를 볼 국가는 오히려 북한이며 그 다음이 바로 한국이 될 것이다.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가졌든지 상관없이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확실한 제재 명분을 주게 될 것이다. 당장 군사적 제재는 아닐지라도 그 외의 모든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강구될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의 이유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압살정책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 보유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은 오히려 더욱 강경한 미국의 대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가 세계의 비핵화 정책을 흔드는 것이기는 하나 미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여론도 미국 쪽으로 돌아설 것이다. 결국 중국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관련 국가들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게 될 것이고 한국도 적극적인 동참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유엔사무총장까지 배출하게 될 나라가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를 거역하기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전방위적 제재에 견디어 나갈 수 있나? 북한이 선군(先軍)사상으로 무장하여 '고난의 행군'을 통해 국제사회의 어떠한 제재에도 버티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결국 죄 없는 북한 주민들의 목숨만을 볼모로 한 죄악적 정책이다. 그리고 설사 핵을 가지고도 살아갈 방도가 없다. 북한의 오늘날 상황은 핵을 보유하려 했던 리비아나 이라크, 또는 지금의 이란보다도 훨씬 열악하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모두 산유국들이다. 북한은 석유도 없고 더구나 필요한 식량의 상당부분을 한국, 중국 및 세계식량프로그램(WFP) 등 외부의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경제의 자생력도 거의 없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정말이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고도근시(高度近視)의 수준이다. 지난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미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지금의 이러한 상황은 그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위기상황을 다룰 수 있는 정교한 전략적 세부지침을 전혀 갖지 못한 원론 수준의 대북유화정책에 천착해 왔다. 오늘의 북한 핵실험 선언은 북한의 선의(善意)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잘못된 정책의 필연적 산물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이 원하는 바를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자신의 정권안보를 염려한다면 오히려 아무런 조건 없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다. 지금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어떤 나라도 협상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 지난번의 9·19성명도 여전히 유효하고 엄청난 인센티브도 기다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우리는 협상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은 오로지 북한만이 할 수 있고 그 대가도 혼자 치러야 한다.
(현인택 · 고려대 정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