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소속 헬기 UH-60 '블랙호크'로 추정되는 헬기 잔해가 경기도의 산 계곡에서 발견됐다. 지난 24일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 대금산 산자락. 산악인 강승봉(48)씨와 일행 5명은 오전 11시쯤 대금산 계곡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중 우연히 절벽에 매달린 헬기 잔해를 발견했다.

평소 암벽 등정과 등산로가 없는 정글 산행을 즐기던 강씨 일행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절벽 계곡에 커다란 타이어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어 부근에서 산산조각이 난 헬기 잔해를 목격했다.

26일 본지는 강씨의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가파른 암벽 사이로 4시간 넘게 등산한 끝에 도착한 현장에는 추락한 헬기 한 대분의 잔해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형태만 알아볼 수 있는 헬기 본체, 탑승 의자, 포신, 조종사의 헬멧, 블랙박스 등이 반경 500m 안에 널려 있었다. 암벽 나무에 매달린 헬기 본체는 뒷부분이 땅에 처박힌 채 머리를 들고 있고, 헬기 탑승 의자는 본체에서 튕겨 나와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파손된 헬기의 엔진에는 'T700-GE-701C'라 모델명이 적혔고, 파일럿의 헬멧에는 'FLECKER 5 AUG 98' 라벨이 붙어 있었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의 항공기 사고조사 전문가는 "헬기 앞 부분이 둥근 타원형으로 튀어나와 있고, 엔진에 적힌 모델명과 랜딩 기어, 조종사의 헬멧 등으로 미뤄 미군의 'UH-60 블랙호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UH-60'은 개발 초기 주력 엔진으로 GE의 1600마력짜리 2기를 장착했으나 1989년 후반부터는 출력 1800마력의 'T700-GE-701C' 모델로 교체됐다.

본지는 우리 군(軍) 당국에 헬기 잔해 발견 사실을 알렸고,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우리 육·해·공군이 UH-60 헬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 그 기종에 대한 사고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사고가 났으면 우리가 더 확실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UH-60은 주한미군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과거 사고 기록을 조사해본 결과 1998년 6월 30일 오전 의정부 미군기지를 떠나 춘천으로 가던 미2사단 소속 UH-60 헬기가 경기 가평군 하면 대보리 보래골 일대에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이 헬기에 타고 있던 미군 3명은 실종됐고, 헬기 조종사의 이름은 ‘Norman T.S.FLECKER’였다.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 대금산 헬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조종사 헬멧.

'Norman T.S.FLECKER' 중위는 1996년 미국의 버지니아대학을 졸업하고, ROTC 출신 UH-60 파일럿으로 주한미군에 근무하다 1998년 헬기사고로 숨진 인물이다.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버지니아대학 ROTC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들었고, 현재도 매년 우수 후배 장교들에게 그 상을 수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헬기 잔해의 사망자가 'Norman T.S.FLECKER'가 맞는지, 다른 탑승 인원 2명은 생존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본지는 주한미국측과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번 주말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