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동인문학상 수상자가 29일 확정된다. 한국 소설의 위기가 성급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올해 수상작 선정 기준을 '문학의 위엄과 품격'에 두고, 수상 후보작을 4강으로 압축했다. 김인숙 '그 여자의 자서전', 이혜경 '틈새', 이현수 '신기생뎐'을 통해 3명의 40대 여성 작가가 전통 소설의 고전적 아취를 풍긴다면, 30대 남성 작가 김중혁 '펭귄뉴스'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신문명을 실험 소설 기법으로 풍자하고 해체한다. 올해 동인문학상은 전통과 전위의 대결이란 점에서 한국 소설의 오랜 저력과 새로운 동력이 어우러진 축제의 한마당을 보여준다. 지금 문단의 비상한 관심이 여기에 몰리고 있다.
작가 김인숙(43)은 바다를 건너는 나비처럼 살고 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 '바다와 나비'에 나오는 나비처럼 가녀린 날갯짓으로 한국과 중국 사이 바다를 오가고 있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고3 딸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올여름 북경에서 딸과 함께 보낸 작가는 24일 일산 신도시의 집으로 돌아왔다.
"북경에서는 수영과 산책을 하면서 보냈어요. 수영장에 가면 잘 생기고 잘 빠진 오빠들이 있지요. 문제는 그 오빠들이 날 안 쳐다본다는 거지요. 하하."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당신이 남성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주저함이 없이 '열정'이라고 답하는 김인숙. '올해도 예쁜데 내년에도 예쁘면 어떡하나'란 남모를 고민(?)을 안고 사는 그녀에게는 영원한 20대의 초상이 따라다닌다. 1983년 스무 살 나이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대 때는 아무 것도 몰랐고, 그래서 흥분도 많이 하고, 겁도 먹었었는데, 30대에는 제법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였던 것 같고…그런데 40대는 뭐랄까, 더욱 원숙해졌다기보다는, 다시 불안하고, 겁먹고, 좀 그런 것 같아요."
결국 '청춘으로 회귀 중'이라는 그녀에게 2006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작에 오른 소설집 '그 여자의 자서전'(창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386세대의 한 여성이 20대에서 40대에 이르면서 겪은 삶의 신산(辛酸)을 세련된 문체로 그려낸 다양한 단편 모음집이다. '김인숙 문학의 절정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 꿈과 사회적 이상은 퇴색했고, 살아온 나날은 상처와 환멸의 궤적에 불과하다는 386세대 인물들이 그래도 어딘가에 숨어 있을 인생의 샘(단편 '숨은 샘')을 꿈꾸며 사는 소설이 주류를 이룬다.
"내 소설은 나와 같이 나이 들어가는 중이지요. 사람이 어떤 일을 오래하다 보면, 그 일이 나보다 더 커져서, 나를 이끌어가는 것 같을 때가 있잖아요. 나를 가르치고, 훈계하고, 다른 방식으로 나보다 더 발칙하기도 하고…그것이 마침내 생의 긍정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요…그것도 꽤 아름다운…아, 이건 너무 소설적이군요. 꼭 이렇게 잘난 체에 이르게 된다니까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인 소설가 김주영은 "김인숙이 갓 데뷔했을 때 운동화 신고 나를 인터뷰하러 왔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며 심사 독회 중 빙그레 웃었다. "그 여학생이 아이 낳고 가정 생활하면서 닳아지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한 발 더 다가서려는 태도가 이번 후보작에서 진하게 느껴진다"는 것.
그래서 이제 딸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본 여자의 일생이란 어떤 것인 듯하냐고 작가에게 물었다. "내가 왜 여자로 태어났을까, 그래서 화난 적도 별로 없지만, 엄마의 일생…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에요. 자식과의 관계는, 그러니까, 끝낼 수가 없어요. 아, 더 이상 말하면 안되겠군요. 실은 오늘도 한바탕했거든요…기분 좋았던 날 물어보셨으면 분명히 이렇게 답했을 거예요. 그건 축복이죠! 하하"
동인문학상은...
한국 현대 소설의 선구자인 작가 김동인(1900~1951)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동인문학상은 한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사상계'가 1955년 한국 단편 소설의 미학을 개척한 김동인을 기리기 위해 단편 소설을 위한 상으로 제정, 김성한의 '바비도' 등 주옥같은 수상작들을 냈지만, 운영난으로 1967년 중단했다. 1979년 동서문화사가 인수했다가 다시 중단돼 1987년부터 조선일보사가 주관하고 있다. 조선일보사는 2000년부터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집을 통틀어 한해 최고의 단행본을 심사 대상으로 삼기로 개편해서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