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변호사의 역할을 비판한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의 발언과 관련, 정상명(鄭相明) 검찰총장이 21일 공개적으로 유감(有感)의 뜻을 밝히고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千璣興)는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총장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사법 사상 처음이며, 대한변협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 성명은 역대 다섯 번째다.
검찰과 대한변협이 문제삼고 있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검사들이 밀실에서 받은 조서가 공개 법정의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검찰 수사 기록을 던져 버리고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라(19일·대전고법)", "변호사들이 내는 자료라는 게 상대방을 속이려는 문건이 대부분(13일·광주고법)" 등이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검찰과 대한변협을 상대로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하는 일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한 간부는 "대법원장의 발언 취지는 정당한 것이며, 현 상황에서 사과나 유감 표명 등으로 물러서는 것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대법원장은 다만 오는 26일 서울고법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부 취지가 와전된 데 대해 해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총장은 이날 '검찰 입장'을 발표, "대법원장의 말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국민에게 비칠 수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모든 검찰 직원에게 이메일로 발송한 지휘서신을 통해 "대법원장 말씀이라도 듣기에 민망한 표현"이라고 하는 등 구체적으로 비판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하라"고 지시했다.
대한변협도 성명을 발표, "법조비리 사건으로 법조계 모두가 책임을 공감하고 자정해야 할 때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법원과 검찰, 변호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사법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함은 변함이 없다. 그 동안 법원 재판의 관행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되거나 오해될 표현이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에 대해서는 "대법원장 발언의 진의와 취지를 여러 차례 해명했는데도 사퇴요구 성명을 낸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