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미국인은 요즘 태평양보다도 더 깊고 넓은 간극을 두고 서로를 보는 듯하다. 14일 워싱턴에서 있은 노(盧)·부시 정상 회담 뒤 양국간 입장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정상 회담은 대체로 성공적이었지만, 서울에서는 화를 내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국의 동맹 관계가 끝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많았다.
참으로 역설적인 얘기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양국의 혈맹(血盟)을 굳게 지지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판단은 시기상조이며, 양국 동맹의 핫 이슈로 떠오른 한미연합사령부와 전시작전 통제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오해는 한국 정부 지도자들이 이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가 '국가 주권' 문제 또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 쟁취'로 간주됐지만, 미국이 갖고 있지도 않은 것을 돌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양국의 군 최고지휘권자와 군 당국에 달려 있다. 한미연합사령관도 양국군 최고지휘관의 전략과 방침을 따른다. 서울은 이미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연합' 지휘권이 아니라 '독립' 지휘권인 것이다. 이것은 워싱턴도 입장을 같이하는 바다. 미군의 지역적·세계적 목표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것은 미국이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에 동의한 것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이거나 한국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려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다. 해외 주둔 미군 유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미국은 장·단기적 이해를 고려해, 한국을 미군의 계속 주둔이 반드시 필요한 지역으로 여기고 있다. 한미 군사 동맹이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는 열쇠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도 변함없이 그래 왔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남한은 빠르게 현대화하고 성장했다. 동맹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그런 변화를 인정해야 할 때가 이미 무르익은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아직 준비가 덜 됐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동맹 관계 재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 논리를 따른다면, 동맹 관계에서 어떤 변화나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때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불안을 야기하고 도발을 계속해 왔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양국의 동맹 관계를 세계 정세 변화와 기술 개발에 맞게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실제로 동맹관계는 평양의 볼모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남한의 국방력 현대화'라는 목표는 워싱턴과 서울이 합의하지 않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사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의견을 나누지 못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회담을 실패로 단정했다. 하지만 미국측 평가는 긍정적이다. 두 정상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의 시급성을 인정했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협상했고, 한국을 미국의 비자 면제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 심도 있게 논의했기 때문이다.
최근 양국 관계에 긴장과 표류가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양국 정상이 동맹 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때다. 지금의 진행 상황에 성급히 사망 선고를 내리기보다는 성공적으로 발전시킬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Balbina Y. Hwang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조지타운대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