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이 4형식 문장을 3형식으로 바꿔볼 사람?” 13일 오후 4시 서울시 서초구 양재2동의 한 건물 2층. 10평 남짓한 ‘교실’에서 옥색 반팔셔츠에 진한 녹색바지를 입은 영어 ‘과외선생님’이 수업을 듣는 중학생들에게 문제를 냈다. 순간 선생님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학생들이 고개를 떨구고 딴짓하기 바쁘다. 쭈뼛쭈뼛하던 한 학생이 대답했다. “공익 오빠, 모르겠어요. 다시 설명해 주세요!”

서울 서초구 양재2동 동사무소 2층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공익근무요원 권웅씨가 이 지역 중3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세 명의 공익 '과외요원'이 떴다. 양재2동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익근무요원 천경민(21) 권웅(22) 정상훈(22)씨가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양재2동 동사무소 2층 다목적실에서 '열린과외공부방'을 열고 저소득층자녀 중학교 3년생 21명을 대상으로 매일 오후 3시30분부터 2시간씩 무료 과외를 하고 있다. 정씨는 사회(월), 천씨는 수학(화·목), 권씨는 영어(수·금)를 담당한다. 세 명의 과외경력을 합치면 10년이 될 정도로 모두 베테랑 선생님들이다. 천씨는 잠실에서 학원 강사를 지내기도 했다.

처음 과외공부방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천씨였다. 지난달 17일 동사무소 직원과 공익근무요원이 모여 주민행정 아이디어 회의를 열었을 때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무료공부방을 열자고 제안했던 것. 천씨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지역 생활보호대상 가족에게 쌀이나 고추장 등을 직접 배달하면서 좀 더 장기적으로 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천씨의 생각에 권씨와 정씨도 동참하게 됐다. 양재2동 동사무소측에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근처 중학교에 이런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중학교 교장도 흔쾌히 승낙하고 지원자를 받았다. 지난 4일 개강에 맞춰 21명의 중3 학생들이 동사무소로 찾아왔다.

학생들에게 '공익 오빠'들에 대해 묻자 칭찬이 쏟아진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해할 때까지 쉽게 가르쳐줘요" "학교선생님처럼 무시하지 않고 수업이 딱딱하지 않아서 좋아요"…. 물론 세 명 모두 노력한 결과다. 매 수업 때 보충 자료를 복사해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2시간 수업을 위해 2시간 수업 준비는 기본이고, 인터넷을 통해 최신 학습자료도 스크랩한다. 정씨는 "출석률이 항상 90%가 넘을 정도로 수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며 "진지한 눈빛을 볼 때마다 보람도 있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열린과외공부방은 내년에도 변함없이 중3 학생들을 받을 예정이다. 내년 8월과 10월 각각 소집해제를 받는 천씨와 권씨의 꿈은 똑같았다. "상훈이와 함께할 다른 요원이 꼭 투입됐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보다 더 잘 가르치는 좋은 선생님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