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은 핏줄을 타고 흐른다.

오는 23일 9년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 세계적 실내악단 하겐 4중주단. 멤버 4명 가운데 3명이 남매로 구성돼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음악 명가(名家)인 하겐 집안의 자제들로 루카스 하겐(44)이 제1바이올린, 여동생 베로니카 하겐(43)이 비올라, 클레멘스 하겐(40)이 첼로를 맡고 있다.


지금은 라이너 슈미트가 제2바이올린을 연주하지만, 1981년 창단 당시에는 제2바이올린 역시 안젤리카 하겐(46)이 맡았다. 사반세기에 걸친 '가족 앙상블'의 비결은 뭘까.

"믿지는 않겠지만, 저희는 음악을 하면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제1바이올린 주자인 루카스는 전화 통화에서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족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개인적 모습을 속속들이 알고 지내는 것이 '음악 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비올리스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안젤리카와 나는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고, 동생들은 '다른 악기를 연주하겠다'며 첼로와 비올라를 찾아나섰다. 우리들의 첫 선생님은 아버지였고 오랫동안 남매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겐이라는 가계(家系)가 '음악적 DNA'를 이들에게 제공했다면, 고향 잘츠부르크는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등에서 수학한 이들은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과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 오스트리아의 명(名) 음악가들과 교분을 나누며 성장했다. 루카스는 "우리에게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뿌리 같은 존재였다. 얼마전 타계한 현대 음악의 거장 리게티의 작품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지만 고전이 현대 음악에 미친 영향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작품 74-3, 드보르작 4중주 13번, 쇼스타코비치 4중주 3번을 선사한다.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는 '조 트리오' 역시 음악적 유전자가 서로 일치하기는 마찬가지다. 피아노 조영방(단국대 교수), 바이올린 조영미(연세대 교수), 첼로 조영창(독일 에센 폴크방 음대 교수) 남매는 76년 뮌헨 국제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호흡을 맞추며 트리오 활동을 시작했다.

트리오의 맏이인 조영방 교수는 "서로 의견이 다를 때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2대1이라는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한다"며 웃었다. 조 교수는 "다른 독주자와 연주할 때는 서로 맞추는 연습부터 하지만, 아무래도 남매이기 때문에 눈 감고도 호흡이 맞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14일 연주회에서는 하이든의 피아노 트리오 C장조 작품 75-1,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3번, 스메타나의 트리오 g단조를 연주한다.

▶하겐4중주단=23일 오후7시 LG아트센터, 3만~7만원, (02)2005-0114

▶조트리오=14일 오후7시30분 세종체임버홀, 4만~6만원. (02)39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