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꼬이고 꼬이다가 이제는 엉망진창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로 인사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 인사·민정수석실이 전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기본적인 법규정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임명동의 절차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조차 "박남춘 인사수석과 전해철 민정수석은 도대체 뭘 하는 사람들이냐" "기업이라면 당장 징계·해고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전 후보자가 지난달 16일 헌재 소장에 지명되면서 제출한 사표를 지난달 25일에야 수리했다. 그런데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사표를 수리하기도 전인 지난달 22일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 청와대는 당초 전 후보자가 사퇴했기 때문에, 잔여임기(3년)가 아닌, 새로운 헌법재판관 겸 헌재 소장으로서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면서 정작 사표는 임명동의안을 제출한 후에 늑장 처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다시 효력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의 의도와는 달리, 전 후보자는 현직 재판관으로서 잔여임기 3년의 헌재 소장에 지명된 셈이 됐다. 더구나 전 후보자가 뒤늦게 사표처리되면서, 현직 재판관 신분으로 제출된 임명동의안도 무효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사수석실은 또 전 후보자가 헌재 소장 인사청문회를 받기 전에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청문회 무효 논란을 자초했다. 헌법과 인사청문회법 규정조차 정확하게 검토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명칭도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보정서를 통해 '헌법재판관 및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으로 바꿨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전 후보자에게 사퇴할 것을 전화로 통지하고, 대법원·헌재와 임기문제에 대해 사전 논의를 한 사실이 밝혀져,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헌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임명절차를 잘못 처리한 것에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인사·민정수석실은 그동안 인사파동 때마다 번번이 검증 실패와 부적절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임명 과정에서는 논문 중복게재 등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해, 김 전 부총리 사퇴파문의 원인을 제공했다.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에 대한 청와대 양정철 국정홍보비서관의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전·박 수석은 "정상적 업무협의였다" "유 전 차관의 정무적 능력이 부족했다"고만 했다. 정확한 진상파악보다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