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가 일본 최대 신용평가기관 R&I로부터 가장 높은 투자등급인 AAA를 받았다. R&I가 등급을 매기는 669개 기업과 단체 가운데 AAA를 받은 곳은 도요타 같은 초일류기업을 포함해 8개뿐이다. 사립명문 와세다대와 게이오대가 한 등급 아래인 AA를 받은 적이 있지만 도쿄대의 AAA는 국립대는 물론 대학으로서도 처음이다.
R&I는 "도쿄대가 최고수준의 入試입시와 탁월한 신입생 모집능력을 갖고 있고, 외부에서 끌어오는 연구자금과 교수 1인당 액수도 항상 톱클래스"라고 평가했다. 또 "자금이 풍족하며 경영기술과 학교의 여러 조직을 운영하는 기법도 선진적"이라고 했다. 도쿄대가 교육기관은 물론 투자대상으로도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우량기업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도쿄대를 비롯한 일본의 87개 국립대가 법인으로 바뀐 것은 2004년이다. 그때까지 일본 국립대는 우리 국립대들과 마찬가지였다. 학생 1인당 年연 52만800엔씩 등록금을 걷고 정부가 교직원 수에 비례해 나눠주는 예산을 타 현상유지만 하면 그만이었다. 경쟁의 필요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법인이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도쿄대는 대학 경영협의회에 민간 CEO인 JR(일본철도) 동일본 사장을 영입해 기업 경쟁원리를 배웠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국제 컨설팅그룹 맥킨지에 경영분석을 의뢰했다. 캠퍼스 안에 대학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를 받아 기업에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기술이전회사(TLO)를 만들었다. 그러자 2003년 300건이던 신기술 개발이 2004년 550건, 2005년 700건으로 늘었다. 도쿄대의 총자산은 1조3000억엔에 이르고 차입금은 750억엔에 불과하다. 법인화 2년 만에 150년 역사의 도쿄대가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일본의 2000년 국립대 법인화 결단은 1995년부터 법인화를 논의하기 시작한 한국에 자극받은 결과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는 정부·대학 내부의 공동반대 아우성에 파묻혀 10년 넘게 허송세월 해왔다. 그 결과가 IMD 국제경쟁력평가에서 대학경쟁력 꼴찌로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