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얼굴선이라야 각광을 받던 흑백 영화 시절에, 험프리 보가트가 최고의 매력남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말타의 매' '카사블랑카'와 같은 고전에서 세상이 배반한 고독한 남성의 이미지를 발산했던 험프리 보가트. '키 라르고'는 늦가을 저녁 바람과 같은 그의 매력과 존 휴스턴이라는 걸출한 감독의 장르 연출기법이 최고의 지점에서 만난 영화다.

두 사람은 1941년 감독의 데뷔작 '말타의 매'에서 남성적 캐릭터와 그에 걸맞은 이야기 틀로 최고의 궁합을 만들어 낸 바 있다. 이 영화는 그로부터 7년 후인 1948년 흑백으로 제작됐다. 암울한 도시의 비정한 갱을 그려내는데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했던 감독은 도시를 벗어나 플로리다의 산호섬 키 라르고로 카메라를 옮겼다.

프랭크 맥클라우드 소령은 예편 후 동료의 가족을 만나러 '키 라르고'섬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가 찾아간 템플 집안의 호텔에는 마피아 로코 일당이 머물고 있고, 그들은 경찰을 죽이는 사고를 친 후 투숙객을 인질로 잡는다.

탈옥한 인디언과 경찰의 추격전, 악명 높은 플로리다의 폭풍까지 더해 영화는 꽤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한다. 갱스터물에서는 잘 설정하지 않는 자연재해와 더불어 인종문제까지 잔가지를 치면서, 새로운 갱스터 영화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와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호텔의 주인 템플의 며느리 노라(로렌 바콜), 잔인하지만 어딘가 굴욕적으로 보이는 악당 로코(에드워드 G 로빈슨)의 연기까지도 매우 훌륭하다.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 호흡을 맞춘 4번째이자 마지막 영화. 최근 상영된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가 어딘가 이 영화의 정서를 닮은 듯하다. 원제 Key Largo. 101분.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