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바닥에서 물이 쏟아져요…, 이젠 배앓이하지 않게 됐대요…." 8세 소녀 소핍이 속삭였다. 두 눈에 미소가 가득하다. 구릿빛 두 뺨에도 볼우물이 깊게 패었다.

지난 8월 31일 오후 3시 캄보디아 캄포트주(州) 뚠?(dtoondpeung) 마을. 1000여 명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모여들었다. 맨발의 아이들은 한글로 '생명의 우물, 단비가 내립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우물 개공식(開孔式)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뚠? 마을 주민들은 물론 40㎞ 떨어진 인근 마을 사람들까지 걸어온 것이다.

"하나 둘 셋!"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지구촌공생회의 일화 스님이 우물에 덮인 흰 장막을 걷자 주민들은 일제히 "와!" 하고 함성을 지르며 우물가로 달려왔다. 몇몇 아이들은 직접 우물에 양동이를 던져 물을 길었다. "먹어 보세요, 이제 진흙 맛 안 나요!" 아이들이 내민 플라스틱 컵엔 투명한 우물물이 찰랑거렸다.

환경재단과 조선일보가 함께 한 '아시아에 단비를 뿌리자' 모금행사로 캄포트주엔 현재 50개의 우물이 들어섰다. 지구촌공생회가 지원한 것까지 합치면 우물 수는 94개에 이른다. 이젠 걸어서 20분 거리마다 하나씩 어른 양팔 너비 크기로 지어진 시멘트 우물을 볼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가난해, 빗물을 받을 항아리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캄포트주의 주민들도 더 이상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을 마시지 않게 된 것이다. 지구촌공생회의 전근수 캄보디아 지부장은 "우물이 생긴 이후로 고픈 배를 흙탕물로 채우고 배앓이와 설사를 하던 아이들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우물 사업에 기부금을 냈던 임옥상 화백은 이날 150벌의 흰색 티셔츠를 가져왔다. 마을 사원 한가운데서 임 화백은 아이들과 함께 물감으로 티셔츠 위에 해와 달, 꽃 그림을 그렸다. 임 화백은 "우물물을 마시고 건강해진 아이들이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배우는 장면을 눈으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우물 기부자 김원범씨는 "내 인생에서 가장 뜻 깊은 여행"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은희경씨도 "좋은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하루의 80% 이상을 보냈는데, 이젠 다른 세상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구촌공생회측은 "이제 시작"이라며 "1000개의 우물이 지어질 때까지 캄보디아에서 일하겠다"고 했다.

이날 캄포트 주민들은 밤새도록 우물가를 서성이며 춤을 췄다. 자원봉사자 20여명은 주먹밥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노래를 불렀다.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 봐요 아름다운 세상" (문의전화 환경재단 02-725-4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