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산업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전력 산하 중부·남동·동서·남부·서부 등 5개 발전회사 노조가 4일 새벽 1시30분 불법파업에 돌입한 지 15시간 만인 오후 4시30분 스스로 파업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고려대 부근에서 농성을 벌이던 2200여명의 발전노조원들도 속속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발전노조의 무분별한 행동은 2002년 불법파업 이후 회사측이 법과 원칙에 따른 후속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시 발전회사측은 불법파업에 참가한 348명의 노조원을 무더기 해고했다. 그러나 해고노조원들은 매년 복직됐고 지금까지 당시 노조위원장을 제외한 347명이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발전회사측 고위 관계자는 "노사 화합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 결과적으로 노조의 기세만 키워준 것 같다"고 4일 말했다.

발전노조는 그러나 올해 임·단협에서 또다시 '해고자 4명 복직'을 내세웠다. 이번 파업의 결정적 빌미가 된 대목이다. 문제는 해고자 4명 중 2002년 불법파업 당시 노조위원장 1명을 제외한 3명은 그 이전에 다른 문제로 해고됐던 근로자들이라는 점이다.

발전회사측은 또 2002년 당시 노조를 상대로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여러 건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부발전을 상대로 한 3억여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하자 나머지 소송을 스스로 취하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이후 담당 직원이 바뀌었다. 이 사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회사에서 발전노조는 느닷없는 파업 선택과 15시간 만의 파업철회라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 뒤에도 이렇다 할 사과 한마디 없다. 이준상 발전노조위원장은 노조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모든 노조원은 업무현장에서 투쟁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발전회사측은 노조의 파업 철회 후 "노조 집행부 및 해고자 20명에 대한 고소·고발, 체포영장 의뢰는 취하하지 않겠다"며 "노조원들 또한 복귀하더라도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원들 스스로 이런 회사의 '엄포'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