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가 나라 망치더니 주택가 PC방 동네 망친다.'
주택가 주민들이 성인오락실을 스스로의 힘으로 퇴출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PC방의 진입을 저지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4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현대그린아파트. 주민 15명이 아파트 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주택가에 PC방이 웬 말이냐 PC방은 가~라' 등 10여 개의 피켓을 들고 흔들었다. 길 건너편에 'G' PC방이 지난달 말 들어서자, 바로 다음날부터 4일 연속 시위를 하고 있다.
교육열 강한 이 동네에 비상이 걸린 것은 약 열흘 전. 업소측이 내건 'PC방 오픈' 현수막을 본 주민들은 놀라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당장 반상회를 열었다. 20여명의 주민들이 반대서명을 받겠다고 나섰고, 모두 동의했다. 아파트 부녀회장 홍모(여·46)씨와 통장 정모(여·49)씨 등 3명은 PC방을 찾았다. "주택가에서는 안 된다"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업주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입주자대표회장 김모(57)씨 등 10여명은 즉각 관할구청에 집회 신고를 내고 현수막을 걸었다. 인근의 아파트 대표들도 동참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현대 아파트 앞에 PC방이 생기는데 왜 가만 있느냐"고 재촉했다. 피켓 문구는 일대 아파트 대표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짜냈다.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PC방을 반대하는 이유는 인터넷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망가진다는 것. 아파트 부녀회장 홍씨는 "사실 PC방이 온 나라 문제가 돼 있다"며 "아이들의 게임중독 현상 때문에 부모들이 굉장히 걱정을 하는데 주택가 바로 앞까지 PC방이 들어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의 아이는 PC방에서 게임 도중 발작을 일으켜 119에 실려가기도 했고, 홍씨도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면서 난폭해져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G' PC방 업주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PC방은 인근 학교에서 230여m 떨어져 있어 규정(200m 이내 금지)을 어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주 진모(34)씨는 "짓기 전에 교육청에 문의했더니 문제가 없다고 했고, 구청에서도 PC방은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신고로만 설립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PC방 설립이 법적으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체 아파트 주민의 서면 동의를 받아 구청장에게 민원을 올릴 예정이다. 현대그린아파트는 268가구 중 240여가구의 동의를 이미 받았고, 인근 하나 아파트, 금호 아파트, 현대 6차 아파트 등 총 5개 단지 1500가구에서도 동의를 받을 계획이다.
홍씨는 PC방과 맞서 싸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꺼번에 우리나라 전체를 바꿀 힘은 없지만, 부모들이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자각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