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00승 축포가 터졌다. 환한 불빛을 받으며 한화 선수들이 대기록의 주인공 송진우를 헹가래치고 있다. 모두 '200'이라고 적힌 모자를 썼다. <정재근기자>

한화 송진우가 마침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통산 200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29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5회까지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낸 뒤 일찌감치 터진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투수가 됐다. 송진우는 이로써 89년 4월 12일 데뷔전 완봉승 이후 총 580경기 만에 200승 고지 등정에 성공했다. 통산 세이브 102개가 있는 송진우는 일본의 에나쓰 유타카(206승193세이브)에 이어 한·미·일을 통틀어 두 번째 '200승-100세이브'도 달성했다.

그동안 던진 투구 수는 총 4만5676개.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사이의 거리를 바탕으로 한 투구 거리는 84만2265m나 된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8848m)을 95차례 등반한 것과 같은 기록이다. 만 40세6개월13일이 된 송진우는 이날 승리로 국내 프로야구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도 갈아치웠다.

경기 전 송진우의 얼굴은 담담해 보였다. 이번이 다섯 번째 200승 도전. 주변에선 누구도 쉽게 야구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가 경영하는 음식점 얘기를 하다가 헤어지며 "좋은 경기를 기대한다"고 하자 "이거 원 창피해서…"라고 혼잣말을 했다. 김인식 감독은 "빨리 넘어가셔야 할 텐데 답답하시겠다"는 서정환 KIA 감독의 덕담에 그저 "허허"하고 웃을 뿐이었다. 부담이 많았던 경기. 하지만 대기록은 의외로 쉽게 찾아왔다.

한화는 2회초 김태균의 볼넷을 시작으로 11명의 타자가 나와 안타 4개, 4사구 4개를 묶어 대거 7득점하며 단숨에 승패를 결정지었다. 송진우는 2회말 KIA 스캇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을 뿐 삼진 4개를 잡아내며 KIA 타선을 요리했다. 한화의 10대1 승리.

통산 200승은 메이저리그 역대 공동 107위에 해당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23명이 200승을 돌파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신비의 땅이다. 20년간 매년 10승씩 거둬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기록. 앞으로 또 다른 200승 투수가 나올지도 장담할 수 없다. 현역 다승 2위인 정민철(한화)은 142승에 불과하다. 오히려 1979년생인 김수경(현대·통산 89승)이나 81년생인 배영수(삼성·66승) 등 젊은 투수들이 더 기대할 만하다.

1983년 동국대 감독 시절 그를 처음 만난 '23년 은사' 김인식 감독은 "진우의 200승은 이승엽의 한 시즌 56홈런 기록보다 더 값진 기록"이라고 단언한다. 오랜 선수생활을 통해 꾸준히 쌓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한 시즌 반짝 활약으로 얻어지는 기록들과는 질이 다르다는 의미다.

송진우는 경기 후 "부담이 많았는데 달성하고 나니 홀가분하다. 앞으로 3000이닝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은 "한마디로 장하다. 부상 없이 3000이닝 달성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