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금호강을 가로 지르는 아양교에 설치된 아치형 보도(步道)가 또 다시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해 이동권을 제한한다는 여론이 일자 동구청이 시설개선 약속을 했으나 최근 이를 다시 백지화한 것.
시내 방향에서 팔공산 방향으로 볼때 오른쪽에 설치된 이 보도는 경사가 있는 아치형이다.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대구의 관문인 아양교의 이미지를 살린다며 동구청이 지난 2003년 9월 14억원을 들여 설치했다. 보기는 좋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경사가 있는 보도를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설개선 권고를 한 끝에 동구청이 개선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현재의 보도옆 차선을 1.5m 가량 더 확장해 인도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런 시설개선 약속도 몇번의 우여곡절이 있고서야 성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내려지자 동구청은 지난해 시설공사비 4500만원을 편성하고 시공업체까지 선정해 놓았다. 그러나 주민의 반대여론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연말까지 시설개선 공사의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구장애인연맹(대구DPI) 등 여러 시민단체들이 또다시 항의하자 동구청은 올 4월 이훈 전 구청장이 6월말까지는 개선공사를 하겠다며 공문으로 이를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시설개선 이행 약속은 착공조차 되지 않은채 또 다시 무산됐다.
동구청은 최근 대구DPI에 "보다 객관적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후 그 결과에 따라 철거 또는 시설개선할 계획임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시설개선을 할지 아예 철거할지, 또는 그대로 존치시킬 지의 여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시설개선 공사가 끝나야 할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미뤄지자 대구DPI 측은 "동구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구DPI 서준호(29) 간사는 "시설개선을 하겠다고 예산과 시공업체까지 확정해 놓은 마당에 또다시 개선이냐, 철거냐를 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으로 봐서 동구청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안병섭 도로보수 담당은 "도로 일부를 확장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교통체증이나 안전상의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또 아치형 보도가 보기에 좋아 존치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어 신중한 검토를 위해 잠정보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설개선은 동구청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치형 보도의 철거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