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요즘 일본의 정치인 아베 신조가 주목 받고 있다. 그가 주목 받는 배경 중의 하나는 명문가 후손이라는 측면이다.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가 일본 총리를 지냈고,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가 일본 외상을 지냈다는 사실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아베에게 명문가 출신이라는 점은 정치 행보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뿌리가 있고 전통이 있는 민족이라고 은근히 주변국가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명문가 출신 정치인은 없단 말인가? 두 집안이 있다. 한 집안은 열린우리당의 이종걸(50) 의원이다. 선조 때의 백사 이항복 이래로 성재 이시영 부통령까지 따지면 집안에 무려 10명의 정승을 배출한 명문가의 후손이다. 그래서 '삼한갑족(三韓甲族)'이라 불리던 집안이다. 이종걸의 조부가 그 유명한 우당 이회영 선생이다.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전 재산을 털어서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집안의 후손이다.

한나라당의 대표를 지낸 서청원(63)씨도 집안이 좋다. 대구서씨(大邱徐氏)로서 약봉(藥峯) 서성(徐?·1558~1631)의 후손이다. '서지약봉(徐之藥峯)이요 홍지모당(洪之慕堂)'이란 말이 있다. "서씨 가운데는 약봉이 유명하고, 홍씨 가운데는 모당(홍이상)이 유명하다"는 뜻이다. 서씨 중에서는 이 약봉 자손들이 잘 되었다. 후손들이 8대가 내리 연속해서 대과(大科)에 합격하였기 때문이다. 8대가 내리 고시에 합격했던 것이다. 이 중에서 2명은 수석합격자였다. 그 8대 합격자를 살펴보면 3대가 내리 정승을 지냈고, 그 다음 3대는 내리 대제학을 지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이 집안을 가리켜 '3정승 3대제학 집안'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삼정승불여일대제학'(三政丞不如一大提學·정승 3명이 대제학 1명만 못하다)이란 말이 있다. 정승 3명도 그렇지만 대제학을 3명이나 연속해서 배출한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그 대제학 중의 한 명이 조선 정조대의 서영보(徐榮輔)이다. 재정(財政)과 군정(軍政)에 관한 주요 내용을 집약한 '만기요람(萬機要覽)'이라는 유명한 저서를 남긴 인물이다. 서청원은 이 서영보의 직계 6대 후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명문가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은 영·호남의 갈등을 푸는 일이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