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월은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이슈들이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중 하나가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였다. 이제 전시작통권 이슈는 한·미간 방위비 분담, 한국의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철수 등 여러 가지 이슈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작통권 이양 통고도 있었다.
전시작통권 논쟁 이면에 깔려 있는 가장 중요한 사안은 유사시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개입을 보장하기 위해 별도의 문서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국제정치에서의 약속은 종이조각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국제관계의 여러 동맹 가운데 4분의 1 정도만 개입의 약속이 지켜졌다. 또 1차 세계대전에서 이탈리아는 동맹국의 반대편에 참전했다.
지금까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이 보장된 것으로 인식되어 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른바 '인계철선' 혹은 '보험 장치'이다. 전쟁 개시 때에 미군기지의 초기 전장화(戰場化) 및 미군의 전사가 바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과 미국의 공동이익이다. 이념 혹은 체제의 유사성도 포함된다. 사실 작통권 반환이 미국 이익에 더 나은 것이라면, 한국이 매달려도 소용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체제의 보존이 미국 국익에 부합된다고 미국이 판단해야 미국은 개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조건이 흔들리고 있다는 일부의 인식이 있어 안보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개입 여부는 실제 상황이 발생해야만 알 수 있지, 발생하기 전에는 모두 '설(說)'에 불과할 뿐이다. 유사시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있은 이후 작통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만일 그러한 체계적 분석이 있지만 공개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그러한 분석을 수행했거나 혹은 검토한 전문가 집단들의 정부 정책 지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집권세력의 의도를 의심하는 계층은 정부 정책에 반발을 보일 수밖에 없다. 즉 작통권 환수도 누가 추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도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군사안보 정책은 전문가 영역이고 따라서 정책 내용보다 누가 추진하느냐에 따라 지지와 반대를 받는 경향이 있다. 대외정책에서는 정부 정책을 불신하는 계층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국 사회는 친북(親北)과 반북(反北), 친미(親美)와 반미(反美) 등의 대외 이슈로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 작통권 이슈도 바로 그러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각 정파가 지향하는 체제가 동일하다면 굳이 복잡한 이념논쟁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나, 현 상황은 이념적 대립으로까지 가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느 정도 판세가 드러나면 불리한 후보는 선동적인 대외 이슈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목적의 대외정책 추진은 결국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큰 손해를 끼칠 것이다.
작통권과 관련된 각종 논쟁도 면밀한 분석에 기초하지 않고 정서가 다분히 깔린 말들로만 하다 보니, 정책효과 분석을 통한 국민적 합의 대신에 세(勢) 대결로 가는 양상을 보인다. 좀 더 객관적인 분석에 기초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작통권을 둘러싼 이견은 대외협상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라는 대전제가 상실된 채로 나타나는 이견은 대외협상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임이 틀림없다. 9월 한·미정상회담과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이전에 작통권을 둘러싼 국민적 이견을 통합시키고 대외협상에 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이견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재한·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