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한국 문화 행사가 사라졌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까."
올 들어 고려인들은 물론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인들까지 수차례 전화를 걸어왔다. 기자는 "이곳 문화홍보원(이하 문화원)이 국정홍보처에서 문화관광부로 이관되면서 오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9월이 다 돼가는데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주(駐)러시아 한국대사관 소속 문화원은 개점휴업 상태다. 신임 원장 부임과 함께 이전한 뒤 공사를 이유로 반년 이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문화원은 러시아인 소유의 건물 내 183평(604㎡)을 임대했다. 연 임대료 37만 달러, 월 임대료만 3만 달러 이상이다. 개관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그동안 문화원이 주관해왔던 러시아 내 한국영화제와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는 한 건도 못했다.
문제는 임대 건물에다 예산을 쏟아 붓고 말끔하게 단장하고서도 2년 정도밖에 못쓰는 소모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원은 최근 5년 동안 3번이나 이사했다. 장기임대 보장을 받지 못하고서 매번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문화원 업무가 이관되면서 대사관 소속 주재관의 인사 문제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이제까지 국정홍보처 소속 2명이 해왔던 업무가 업무량은 그대로이면서 국제교류재단과 문화부에서 각각 1명씩 추가파견돼 인원은 4명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부임한 지 1년도 안된 국정홍보처 직원은 이삿짐을 싸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문화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교민은 거의 없다. 교민들이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 문화원이 위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시된 지 오래다. 문화원은 전시건 공연이건 좋은 작품을 자주 선보이며 국가를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예산 배정이 안된 채 이관을 받아 공연 하나라도 하려면 예산을 전용해야 한다"고 변명에 급급한 문화원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병선·모스크바특파원 bschung@chosun.com)